
2023년 5월부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 우승했지만 다른 메이저 대회에서는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지난해 PGA 챔피언십이 대표적이다. 이 대회 직전 5개 대회에서 우승 4번, 준우승 1번을 차지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2라운드를 앞두고 경찰 폭행 혐의로 체포되는 불운이 겹치면서 공동 8위에 그치고 말았다.
셰플러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올라 지난해 ‘악몽’을 말끔하게 씻어냈다. 셰플러는 19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클럽(파71·762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보기 4개와 맞바꾸며 이븐파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를 적어낸 셰플러는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생애 첫 PGA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셰플러는 2022년과 지난해 마스터스에 이어 통산 세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수집하며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셰플러는 이달 초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 이어 시즌 2승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15승을 달성했다. 셰플러는 또 우승 상금 342만달러(약 47억9000만원)를 보태 시즌 상금이 1000만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1996년 6월생으로 만 28세 11개월인 셰플러는 잭 니클라우스(85)와 타이거 우즈(50·이상 미국)에 이어 만 29세 이전에 투어 15승과 메이저 3승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로 등극했다. 셰플러는 2022년 마스터스부터 이번 대회까지 14차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우승 3회, 준우승 2회 포함 모두 톱10 성적을 낼 정도로 메이저 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셰플러는 “메이저 우승은 언제나 대단한 일”이라며 “마인드 컨트롤이 나의 최대 강점인데 오늘 스윙이 제대로 안될 때도 인내심을 유지한 것이 우승 요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셰플러의 주무기는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이번 시즌 그린 적중률 71.45%(7위)를 기록중이다. 그는 또 어프로치 샷으로 얻은 타수 1위(1.224타), 정규타수에 그린에 올리지 못했을 때 파 이상으로 마무리하는 스크램블링 부문 1위(71.35%)에 오를 정도로 코스관리와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 이는 최종라운드에서도 잘 드러났다. 2위에 세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셰플러는 전반홀에서 두타를 잃어 LIV 골프에서 뛰는 욘 람(31·스페인)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셰플러는 10번 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벙커로 들어갔지만, 버디를 잡아내 다시 선두로 나섰고 14번 홀(파3)에서도 한 타를 더 줄이며 2타차로 달아 승기를 잡았다.

한국 선수중에서는 김시우(30·CJ)가 공동 8위(4언더파 280타)에 올라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김시우는 3라운드까지 공동 5위에 올라 우승 경쟁이 예상됐지만 이날 두타를 잃으며 순위가 밀렸다. 하지만 김시우는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톱10 성적을 내면서 상위 15위 이내 선수에게 주어지는 다음 시즌 PGA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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