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호텔경제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지난 16일 밝힌 호텔 예약금 10만원의 순환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유세를 비판하면서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거론한 사례에서 각 경제주체의 소비성향이 큰 점을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고, 이재명 후보는 자금의 순환이 경기를 살리는 데 필요하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 단순화해 설명한 것인데 이 후보가 딴지를 걸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쟁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추가로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 정책이 경기 회복에 있어 적절한지와 관련한 견해차를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는 전날 1차 대선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지금 이 후보에 대해 많은 지적이 들어오고 있는데 ‘호텔 경제학’이라고 들어보셨나”면서 “그게 경제가 순환하면 케인스 이론의 승수효과를 노리고 하신 말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승수효과이긴 하다. 돈이란 고정돼 있어도 없는 것과 같은데 한번 쓰이냐 두 번 쓰이냐에 따라 순환되면 (효과가 달라진다)”면서 “경제의 순환이 필요하다는 걸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텔경제학이란 용어도 이준석 후보가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호텔경제학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16일 전북 군산 유세에서 언급한 유세 중 한 대목을 말한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한 여행객이 호텔에 10만원의 예약금을 지불하고 호텔 주인은 이 돈으로 가구점 외상값을 갚는다. 가구점 주인은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는다. 치킨집 주인은 문방구에서 물품을 구입한다. 문방구 주인은 호텔에 빚을 갚는다. 이후 여행객이 예약을 취소하고 10만 원을 환불받아 떠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10만원으로 호텔 예약 후 나중에 호텔로부터 돈을 돌려받더라도 10만원이 지역 경제에서 돌면서 경기가 활기를 띠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준석 후보는 이런 주장에 대해 10만원의 한계소비성향이 계속 ‘1’로 불변인 점을 들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즉, 10만원을 벌면 이 중 일부만 소비를 하는데, 10만원을 지출하는 가정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자금 순환의 긍정적인 예로 든 것뿐인데 이준석 후보가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번 논쟁에서 나온 ‘승수효과’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가 정립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투자 증가가 있으면 100억원의 소득이 늘어나는데, 소득증가는 한계소비성향이 0.6일 경우 60억원의 소비재 수요를 창출한다. 이 수요로 소비재 생산이 일어나 60억원의 소득 증가가 발생하게 되고, 추가적인 소비재 수요를 유발하는데 이런 파급 효과가 지속되면 소득증가의 누계는 250억원이 된다. 한계소비성향은 추가 소득 중 소비에 사용되는 비율로, 한계소비성향이 클수록 정부 재정 투입 효과는 커진다.
결국 이번 논쟁은 현 시점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차를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토론회에서 취임 이후 대규모 추경에 나서겠다고 밝힌 반면 이준석 후보는 무작정 돈을 풀면 자영업자 재료비 등만 늘어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경 편성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추가적인 재정지출에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얘기한 건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얘기한 것이고, 그건 소비성향이 100%가 아니더라도 발생한다. 이는 경제학원론에서 나오는 상식적인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이 없는 사람의 한계소비성향이 크기 때문에 재분배 정책을 통해 소비성향이 높은 쪽으로 돈이 흘러가게 하면 소비 활성화 효과도 커지게 된다”면서 “성장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추경과 같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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