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 중인 박모(43)씨는 지난 3월, 보유하던 아파트를 팔고 압구정으로 갈아타는 ‘교체 매매’를 단행했다. 박씨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일시 해제된 틈을 타 놓치면 안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매수 문의가 없었는데, 해제 소식 나오자 중개사무소에 바로 연락이 왔다”며 “며칠 만에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 일시 해제됐던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꿈틀댔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만 건을 돌파하며 4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3월 거래량은 1만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직전 9226건을 웃도는 수치이자, 2020년 7월(1만1154건) 이후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21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위축되기 시작해, 2022년 하반기에는 월 거래량이 1000건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고금리와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가 길게 이어졌고, 2023년 하반기 이후에도 3000건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2월 강남권 토허구역이 일시 해제되면서 거래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고, 3월 들어 9000건을 훌쩍 넘어 1만 건을 돌파했다. 서울시가 다시 토허구역을 확대 지정한 3월 24일 이후에는 거래가 뚝 끊기면서 4월 거래량은 18일 기준 4941건으로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만 4월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최종 거래량은 2월과 비슷한 6000건대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토허구역 확대 이후 전체적으로는 상승 거래 비중이 줄었지만, 강남·서초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지역은 상승 거래가 오히려 더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3월 24일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중 56%가 상승 거래로, 토허 해제 기간(2월13일∼3월23일)의 60%보다 소폭 하락했다. 반면 강남구는 같은 기간 71%에서 73%로, 서초구는 75%까지 상승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특히 강남구 압구정동은 재건축 추진 단지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는 99억5000만원, ‘한양1차’ 78㎡는 60억원, ‘현대8차’는 111㎡와 163㎡ 각각 56억5천만원, 75억원에 거래됐다.
반면 송파구는 상승 거래 비중이 77%에서 66%로 줄며 예외적 양상을 보였다.
강북 인기지역에서도 상승 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마포구는 62% → 70%, 용산구 62% → 67%, 성동구 59% → 64%, 양천구는 60% → 70%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하락 거래가 더 많아졌다.
노원구는 49% → 48%, 도봉구는 51% → 48%, 금천구(26%)·종로구(33%)·중랑구(40%) 등은 상승 비중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장은 “토허제 확대 이후 한때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이달 들어 다시 움직이고 있다”며 “강남권의 신고가 흐름과 비강남권의 수요 확산은 시장 반등의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공급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하반기에도 아파트값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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