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단기적 현상 아닌 금리 기대 심리, 규제 회피 심리가 맞물린 결과”
젊은층 중심으로 수도권 외곽, 대구 등 실수요 기반의 지역에 대한 수요 ‘뚜렷’
7월 이후 대출 여력 줄어들면 무주택 실수요자 구매 기회 역시 좁아질 수 있어
올해 들어 생애 처음으로 집을 구입한 무주택자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은 202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도권 외곽과 지방 일부 지역의 부동산 매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불안, 금리 변화 기대, 그리고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생애 첫 주택 매수, 3개월 연속 증가…30대가 주도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피스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집합건물 기준으로 지난 4월 생애 첫 부동산을 매수한 무주택자는 3만544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2만7992명) 대비 약 26% 증가한 수치다. 2월에는 3만3870명, 3월 3만4374명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2023년 5~8월 이후 약 1년 7개월 만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달 첫 집을 마련한 무주택자 중 44.8%(1만5872명)가 30대였다. 이어 40대(25.6%, 9061명), 50대(13.3%, 4700명), 20대(8.5%) 순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미성년자 23명도 주택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30~40대는 과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트렌드를 주도했던 세대로 꼽힌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영끌족 중 30대가 42.5%, 40대가 25%를 차지해 두 연령대가 전체의 67.5%에 달한다. 이들은 지금도 부동산 시장의 핵심 수요층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 비중 48.7%…서울 피해 경기·인천 선호
무주택자들의 주요 매수 지역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전체 매수자 중 48.7%가 수도권 소재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경기도가 9332명(26.3%)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인천(4333명, 12.2%), 서울(3611명, 10.2%)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높은 집값 부담을 피하고, 입지와 가격을 모두 고려한 실속형 매수 전략이 수도권 외곽 선호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2월 이후 꾸준히 상승해 올해 3월까지 누적 0.74% 상승했다. 반면, 인천은 같은 기간 각각 -0.20%, -0.16%로 하락세를 보였고, 경기도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대구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달 대구에서 주택을 매수한 무주택자는 2805명으로, 부산(2318명)보다 많았다. 이는 대구의 주택가격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대구의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11% 하락해, 전국 주요 광역시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7월부터 대출 규제 강화…“기회는 지금”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무주택자의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과 더불어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무주택자의 주택 매수는 단순한 단기 현상이 아니라, 금리와 정책 변화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전략적 대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0~30대 중심의 수도권 외곽, 대구 등 실수요 기반 지역에서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투기 수요라기보다, 주거 안정성과 자산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가진 구매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7월 이후 대출 여건이 더 까다로워지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진입 기회가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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