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협상·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요동
‘美 관세 부과 시작’ 4월 14.85원보다 높아
지난 2일 변동폭 48.5원 ‘일간 최대’ 기록
美·中 긴장완화로 환율 상·하방 압력 혼재
시장에선 “인위적 달러 절하 가능성 낮아”
“美 환율 카드로 국채 매수 등 요구” 전망도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하루 최대 48.5원, 일평균 25원 넘게 출렁이며 지난해 7월 외환시장 야간거래 시작 이래 가장 큰 변동 폭을 기록했다. 이달 초 대만달러 가치가 10% 가까이 급등하자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위해 관세 협의 상대국에 통화 절상 압박을 넣을 것이라는 ‘제2의 플라자합의’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5월 들어 달러 대비 원화의 하루 환율 변동폭(장 중 고점-저점, 야간거래 포함)은 평균 25.26원(1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 서울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오전 2시로 연장된 이래로 가장 큰 폭이다.

일평균 환율 변동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 11월(11.79원)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12월(11.50원) 11원대를 기록했고, 국내 정치 불안이 이어진 올해 1월 12.46원으로 더 벌어졌다. 이후 2월(9.47원)과 3월(9.79원) 9원대로 내려왔다가 4월 미 관세 부과 여파에 14.85원으로 다시 커졌고, 5월에는 25원대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 2일 변동폭은 48.5원에 달해 외환시장 연장 후 일간 기준 최대였다. 이날 환율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상승 출발해 1440.0원까지 올랐다가 미·중 통상 협상 진전 기대감에 야간거래에서 1391.5원으로 급락하며 6개월 만에 1300원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미·중 관세 협의와 한·미 환율 협의 소식에 환율은 1300원대에 안착하지 못한 채 1400원 안팎에서 급등락을 거듭했다.
16일 야간거래 종가는 1400원으로 1주 전(1399.8원)과 거의 같았지만 주중에 장중 1387.9원부터 1428.8원까지 40원 넘게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 12일(변동폭 33.9원)에는 미·중 무역 협상 타결로 양국 긴장이 완화되면서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진정돼 달러가 강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14일 한·미 간 환율 협의가 있었다는 외신 보도에 원화 가치 절상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환율은 다시 급락했다. 상·하방 압력이 혼재한 가운데 작은 소식에도 환율이 널뛰기를 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플라자합의’ 때처럼 인위적으로 달러 가치를 급격하게 절하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달러 약세를 만들기 위해서는 1985년 일본과 독일처럼 대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이 움직여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중국이 (자국 수출 경쟁력을 위해) 위안화를 급격하게 절상하지 않을 것이고, 과거에 비해 미국에 대한 안보, 경제 의존도가 낮아진 일본과 유럽도 미국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러의 급격한 약세는 미국 국채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도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4월 상호관세 시행 후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채권 발작’과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이 나타났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측은 관세협상 과정에서 통화 절상을 요구하겠지만 달러화에 충격을 줄 정도의 절상 폭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통화 절상 자체보다는 환율 카드를 통한 또 다른 반대급부, 미국 국채 매수 확대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실질실효환율 관점에서 원화가 상당한 저평가 국면에 있는 만큼 저평가 해소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식으로 합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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