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모델보다 외형 커지고 연비 향상
도심서 엔진음 없이 주행 정숙함 유지
외부 전력공급 가능해 ‘차박’에 최적화
현대차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확대
고유가시대 유지비 아낄 수 있어 각광
전기차 전환 과도기 맞아 대안 떠올라
현대차의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가 완전변경되며 하이브리드로 파워트레인을 확장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기차에 한 발 더 가까워진 성능을 발판으로 팰리세이드의 인기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첫 적용
최근 시승한 ‘디 올 뉴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모델은 외형만 봤을 때는 신형 가솔린 모델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전장과 전폭은 각각 5060㎜, 전폭 1980㎜로 이전 모델보다 커지면서 주차장 한 면을 꽉 채우며 엄청난 존재감을 나타냈다. 실내는 운전자를 감싸는 형태의 대형 디스플레이와 부드러운 마감재로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강조됐다.
트렁크 왼쪽에 자리 잡은 V2L 기능(차량 전력을 외부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을 위한 버튼이 가솔린과는 다른 모델임을 나타냈다. 전기차에 적용돼 ‘차박’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이 기능이 하이브리드차로 확장된 것이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하이브리드차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거구의 팰리세이드가 엔진음 없이 스르르 움직이며 조용한 실내 상태가 유지됐다. 모터가 차체를 가뿐하게 움직이며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복잡한 도심 도로에서 차량 속도를 편안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며 전기모터가 엔진으로 전환될 때까지 전기차에 가까운 승차감은 계속 유지됐다.

운전을 하며 수시로 EV모드와 하이브리드 모드, 회생제동 모드로 전환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목적지까지의 주행 경로와 도로 상황을 예측해 배터리 충전량을 최적으로 제어하는 HPC 기술이 적용돼 연비 향상에 최적화된 주행 모드가 자동으로 작동돼서다. 내비게이션의 속도 정보와 차간 거리 등을 판단해 최적의 회생 제동 강도를 자동 적용하는 기능도 있다.
주행을 마치고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디스플레이 조작 등 기능을 사용해도 엔진 공회전 소리가 나지 않아 적막이 감돌았다.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모델 최초로 적용된 이 ‘스테이 모드’는 배터리 충전량 70∼80% 상태에서 최대 1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예약 기능이 있어 목적지 도착 약 2㎞ 전부터 고전압 배터리 충전을 시작해 스테이 모드 시간을 더 늘릴 수 있다.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12.7∼14.1㎞/ℓ) 수준인 약 13㎞/ℓ로 나왔다. 하이브리드차에 기대했던 연비를 생각하면 다소 아쉽지만 팰리세이드 가솔린 모델의 공인 연비가 9∼9.7㎞/ℓ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진일보를 이룬 셈이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개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최고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6.9㎏f·m의 성능을 발휘한다. 2.5 터보 하이브리드의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각각 19%, 9% 높아졌다.
◆하이브리드 인기 이어갈까
현대차그룹이 팰리세이드, 기아 카니발 등 대형 SUV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하이브리드차 판매 증가세가 두드러져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차는 총 14만8114대로 전년(13만693대) 대비 26.8% 증가했다.
연료별로 봤을 때 하이브리드차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8%로, 47.7%를 차지하는 휘발유차 바로 다음이다. 같은 기간 휘발유차는 전년(26만8479대) 대비 1.6% 줄어든 26만4116대가 팔렸다.

전기차, LPG차, 경유차의 비중은 각각 11.3%, 8.8%, 6.9%다. 모두 합해도 하이브리드차에 못 미치는 25.1%다.
차종별로 봐도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기아 쏘렌토·스포티지·카니발 하이브리드는 꾸준한 수요를 보이며 전체 판매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출시되자마자 3526대가 판매되며 가솔린 모델 판매량(3135대)을 넘어섰다.
전기차 전환 과도기를 맞아 내연기관차의 판매량은 점차 줄어들고, 전기차 판매량 증가세는 잠시 주춤하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비싸지만 고유가 시대에 유지비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현재 3종에서 5종으로 늘리고 2.5 터보 하이브리드를 팰리세이드 외의 다른 차종에 순차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후륜구동용 2.5 터보 하이브리드도 내놓고 제네시스 주요 모델에 순차적으로 탑재해 하이브리드 제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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