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수준 진단을 위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올해 서울·경남에선 중1 10명 중 2명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지역에서 참여율이 90%가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일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여전히 정부 주도 평가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3∼4월 치러진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전국 초3·중1 학교 기준 참여율은 90.0%(9351곳 중 8416곳)로, 전년(80.0%)보다 10%포인트 올랐다. 초3은 91.8%(6093곳 중 5592곳), 중1은 86.7%(3258곳 중 2824곳)였다. 전국 초·중학교 10곳 중 9곳에서 초3·중1의 평가를 신청했다는 의미다. 학생 수 기준 참여율은 초3 87.2%, 중1 79.2%로 집계됐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초3∼고2를 대상으로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별 성취수준과 사회·정서적 역량(진로·적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2022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대두되자 도입됐다. 시험 참여 여부는 학교별로 결정할 수 있지만, 교육부는 초3과 중1은 학력 격차가 벌어지기 쉬운 ‘책임교육학년’으로 규정하고 모든 학생이 응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초학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서 참여율은 매년 오르는 추세다.
다만 지역별 격차는 컸다. 초3의 경우 올해 17개 시·도 중 10곳(경기·대전·세종·충북·대구·울산·경북·전남·전북·제주)은 학교 참여율이 100%고, 5곳(강원 99.7%, 인천 98.9%, 충남 98.8%, 광주 98.7%, 부산 97.7%)은 거의 대부분이 참여했으나 서울은 44.9%(606곳 중 272곳)에 그쳤다. 경남도 70.0%(497곳 중 348곳)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참여 학생 비율로 집계하면 서울은 37.9%, 경남은 56.1%로 떨어졌다.
중1 역시 서울(39.0%·387곳 중 150곳)과 경남(41.2%·260곳 중 107곳)의 참여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밖에 세종(64.3%), 충남(84.3%)도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으로 꼽혔다. 반면 10곳(경기·강원·충북·대구·울산·경북·광주·전남·전북·제주)은 100%, 3곳(인천 99.3%, 대전 98.9%, 부산 98.3%)은 98% 이상이었다.

학생 수 기준 참여율은 경남은 18.1%, 서울은 20.2%에 불과했다. 경남과 서울에선 중1 10명 중 2명가량만 학력평가에 응시한 것으로, 전남( 100%), 제주(99.5%), 경기(99.1%), 부산(99.0%) 등 13개 지역에서 참여율 90% 이상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세종은 51.3%, 충남은 67.0%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낮은 서울과 경남, 세종, 충남 모두 진보 성향의 ‘친(親)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육감이 있는 곳이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전교조 출신이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전교조 특채 사건으로 물러난 조희연 전 교육감의 정신 계승을 내세우고 당선됐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대해 사실상 ‘일제고사’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런 논리가 교육감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일제고사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과거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던 일제고사는 한날한시에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봐 서열화 논란이 있었지만,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마다 시험 날짜도 다르고 문제도 매번 바뀐다. 결과는 점수가 아닌 4수준(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부분을 이해하고 수행한다)으로만 나오며 학교 성적엔 반영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에서 1수준으로 나온 기초학력 미도달 학생을 학습 중점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맞춤형 피드백을 위한 자료로만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선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현재 초등학교에선 중간·기말고사 방식의 지필고사가 없어 학부모들은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자녀의 학업 수준을 알기 어렵다. 자녀의 수준을 알기 위해 학원 레벨테스트로 몰리는 이들도 많은 상황이다.
경기의 한 중학교 교사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는 보통 평균이 3수준으로 나올 정도로 크게 어려운 시험이 아니다. 상위권 변별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누가 기초학력에 미달했는지 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도와주려면 일단 누가 기초학력 미달인지 알아야 하니 어느 정도의 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