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가 종전 이후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명분 아래 강경책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을 종전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하마스 정치국 고위 관료인 바셈 나임은 이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 측에 이번 전쟁이 종식된다면 즉각 정부를 이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밝혔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종전 등 평화체제가 실현될 경우 통치권을 포기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마스는 2006년 치러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가자지구를 장기간 통치해왔다. 나임은 미국과의 대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제안된 합의안을 중재국들을 통해,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의 일부 인사들을 통해 직접 공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하마스 측이 “인질 교환과 이스라엘군의 전면 철수,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물자 반입 허용, 강제적 이주가 수반되지 않는 가자 재건”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안한 평화안을 받아들였고 해당 제안은 “가자지구를 통치할, 정치적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팔레스타인 독립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평화 실현) 이전까지는, 우리가 여전히 (외세) 강점 하의 민족인 동안에는, 우리는 ’레지스탕스‘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민족을 지키고 강점에 저항할 전적인 권리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나임은 “가자지구와 주민들은 다른 모든 곳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러한 평화적 상황에 도달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충분한 압력을 가해 이 전쟁을 즉각 끝냄으로써 그걸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역을 더 평화롭게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순방중인 가운데 하마스는 지난 12일 생존해 있는 마지막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는 등 미국 측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여왔다. 특히, 이 과정이 이스라엘을 배제된 채 미국과 하마스의 직접 대화로 이루어져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하는 등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는 상황까지 겹쳤다. 그러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가자지구 관련 논의에서 완전 배제하는 등의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휴전 논의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평화가 달성된다며 강경책을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하마스의 진정성을 인정할 경우 이스라엘은 명분을 잃는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하마스의 이런 의지는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제임스 휴잇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하마스가 “평화에 대해 진지하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하마스가 먼저 무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땅굴들에 미국인의 시신을 포함, 인질들을 부당하게 억류하고 있으며,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하는 어떠한 행동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스카이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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