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의료 위기의 시대, 함께 풀어야 할 과제 [알아야 보이는 법(法)]

관련이슈 알아야 보이는 법(法)

입력 : 2025-05-19 13:00:00 수정 : 2025-05-16 18:57:0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깊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의사 수급 문제와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은 진료받기 어려워진 현실에 불안을 호소하고, 의료진은 과중한 업무와 시스템의 한계로 소진되고 있다.

 

현재 의료 상황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 갈등의 표면적 원인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지만,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필수의료는 수익성이 낮아 기피되고, 지방과 중소병원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공의와 간호사들의 과로와 번아웃은 일상이 되었다.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까? 의사 수 증가가 지역 및 진료과목 간 불균형을 자동으로 해소하지는 않는다. 전공의의 법정 주당 근무시간 상한이 추가 8시간을 포함한 88시간, 실제로는 그 이상 일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도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였고, 실제로 주당 근무시간을 줄이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주당 80시간 기준으로 설정된 수련 기간을 기존보다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간호대 입학정원은 2025년 기준 2만4883명이고, 면허 보유자가 52만여명이지만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53.7%에 불과하다.

 

근본 원인을 직접 해결하지 않고는 인력 증원만으로는 문제가 지속될 것이다. 의료 위기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접근방식을 몇 가지 생각해 보자. 첫째, 의료 자원의 효율적 분배와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현재의 건강보험 수가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격 상한제와 같은 효과를 보여 초과수요와 과소공급을 초래한다. 의료인력 공급만 늘리면 의료기관 수 증가나 환자 유치를 위한 경쟁 격화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 필수·지방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적절한 보상과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 건보제도 등 의료공급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검토이다. 한정된 건보 재원만으로 모든 의료를 공급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수 있다. 일본은 의료기관과 의사가 신청하면 건보가 적용되는 구조로, 우리와 같은 당연지정제가 아니다. 영국에도 100% 무료인 공공의료인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있지만, 만족도는 작년 기준 21%까지 하락했고, NHS 적용을 받지 않는 사립 의료기관도 운영되고 있다.

 

셋째, 의료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민의 인식 변화다. 경증 질환으로 대형병원을 찾는 관행을 자제하고, 동네 의원과 지역 중소병원을 적극 활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또한 건강관리와 예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현재의 의료 위기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나 희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응급·필수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갈등이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의료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