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무역 갈등이 관세 유예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서자 경기침체 우려가 미국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4월 생산자물가(PPI)가 5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가 또 다시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이먼 CEO는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이를 피하기를 희망하지만, 현시점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기침체가 온다면 그 규모가 얼마나 클지,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이먼 CEO는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된 이후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왔다. ‘관세 휴전’ 이후 이뤄진 이날 인터뷰 에서 그는 기존 입장에서는 다소 물러난 표현을 사용했지만 여전히 침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이먼 CEO는 미중 간 관세 유예가 경제와 시장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의 관세율이 여전히 작년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경제적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 관세 수준에서도 사람들은 투자를 보류하고 무엇을 할지 신중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이먼 CEO 외에도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도 여전히 미국에 침체가 도래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입장이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3일 메모에서 “현재는 (경기침체가 올) 확률이 50% 미만”이라고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면서도 “경기침체 전망이 여전히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침체 징후도 지표 등을 통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는 4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0.3% 상승을 예상한 다우존스 집계 전문가 전망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5년래 PPI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2.4%로 역시 시장 전망치(2.6%)를 하회했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도 전월 대비 0.1% 내려 0.3%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 전망에 크게 못 미쳤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9% 상승했다.
PPI는 생산자가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 물가(CPI)의 선행 지표로도 받아들여진다. 이번 PPI의 큰폭 하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글로벌 무역 긴장이 높아지며 시장을 관망하는 기업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는 “수입 원자재 및 기타 투입재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 부과로 미 생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아직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를 하지 않은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침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기업들이 더 가파른 수요 감소를 두려워해 가격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들의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터라 결국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이날 관세 여파에 따른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미국 내 다른 소매업체들의 가격 인상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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