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국, 일본·중국 사이에 떠 있는 항공모함”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 세계뉴스룸

입력 : 2025-05-16 14:11:27 수정 : 2025-05-16 14:11:26

인쇄 메일 url 공유 - +

나카소네 야스히로(1918∼2019) 전 일본 총리는 1980년대에 미·일 동맹을 탄탄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된다.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총리를 지내며 미국과의 친선 관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데 엄청난 공을 들였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처음 대면한 자리에서 레이건이 “난 론(Ron)이요”라고 자기 소개를 하자 나카소네가 “난 야스(Yas)요”라고 화답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두 사람 이름의 첫 글자를 딴 ‘론-야스’는 미·일의 밀월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2023년 10월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때만 해도 미국이 이끄는 자유주의 진영과 소련(현 러시아)을 필두로 한 공산주의 진영이 격렬히 대립하는 냉전 시절이었다. 미국 입장에서 동맹을 포함한 외국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의 미군 병력이 주둔하는 일본의 전략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냉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분투하는 미국을 향해 나카소네는 일본이 소련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전초 기지 노릇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일본 열도를 절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처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투기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군용기를 싣고 다니는 항공모함은 멀리 떨어진 적국을 타격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바다에서 이동하는 도중 적 공군기나 미사일의 표적이 되어 공격을 받을 위험성도 높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모함이 기동할 때에는 여러 척의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이 곁에 붙어 항모를 호위하는 것이 보통이다. 미국 해군이 운영하는 항모전단의 경우 항모 1척을 중심으로 3∼4척의 순양함·구축함, 2척 또는 그 이상의 잠수함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군수지원함 등으로 편성된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미 육군 대장). 세계일보 자료사진

15일 미국 하와이에서 미 육군협회(AUSA) 태평양지상군(LANPAC)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을 가리켜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은 북한을 격퇴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며 주한미군을 “더 큰 인도태평양 전략의 작은 부분”이라고 규정했다. 장차 미국이 중국과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경우 중국 타격을 목표로 한국이라는 ‘항모’에 탑재된 군용기를 출격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함재기들이 모두 이륙하고 난 뒤 항모의 안전은 누가, 어떻게 지켜야 할까. 6·3 대선 이후 출범할 한국 새 정부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 사안이라고 하겠다.


김태훈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
  • 송지효 '바다의 여신'
  • 김다미 '완벽한 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