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3년 차 직장인 박수현(29·여) 씨는 최근 팀 회의 도중 울컥했다. 한 프로젝트의 실무를 거의 도맡아 처리했지만, 회의 자리에서 공은 선배에게 돌아갔다. 그 선배는 입사 10년 차로, 업무 속도는 느리고 회의 시간엔 딴청을 피우기 일쑤였다. 박씨는 “내가 더 일하고, 더 책임지고, 더 오래 야근하는데 연봉은 그 선배가 두 배더라고요. 그냥 오래 다녔다는 이유 하나로요”라고 토로했다.
연차 중심의 보상 체계에 대한 회의감은 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16일 채용 플랫폼 캐치가 Z세대 구직자 20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가 ‘직무급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직무의 난이도, 중요도, 전문성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이 제도는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찬성 이유로는 ‘업무 가치에 맞는 합리적 보상 체계라서’가 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어려운 직무에 도전할 동기가 생겨서’(12%) △‘조직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8%) △‘연공서열보다 공정한 방식이라서’(4%)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직무급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직무 가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52%)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또한 △‘직무 간 위계나 차별 구조가 우려된다’(22%) △‘인기 직무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13%) △‘저평가된 직무 종사자의 의욕 저하가 우려된다’(12%)는 응답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이 ‘공정한 직무 평가’로 받아들여질까. Z세대는 ‘직무의 전문성과 기술 수준’(62%)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이외에도 △‘조직 기여도 및 사업 성과와의 연계성’(33%) △‘업무의 책임 강도’(26%) △‘근무 환경 및 위험도’(19%) △‘대체 가능성’(9%)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입사 직무 외에 더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직무로 전환할 수 있다면 이동하겠느냐”는 질문엔 83%가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Z세대가 연봉 중심의 유연한 커리어 이동에도 적극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치 김정현 본부장은 “Z세대는 단순히 몇 년 일했느냐보다, 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냈느냐에 집중한다”며 “직무급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명확한 직무 가치 기준과 체계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