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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치킨집→빚더미, 잘못 열어버린 ‘인생 2막’… “연 1000만원도 못 벌어요”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05-15 18:48:26 수정 : 2025-05-15 23: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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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분석 보고서 보니

베이비붐 세대 본격 퇴사 이후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 급증
2024년 210만명 … 전체의 37.1%

10명 중 7명은 취약 업종 종사
생계 위해 시작했다 빚만 쌓여

창업 3년 이내 고령 자영업자 35%
연간 100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해
“경제에 악영향… 재고용 늘려야”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취약업종에 종사하고, 창업 3년 이내 고령 자영업자 35%는 연간 1000만원도 손에 쥐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고령 자영업자는 2032년 248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은퇴 후 생계를 위해 시작했다가 부채만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의 증가는 노인 빈곤율을 높일 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만큼 이들이 임금 일자리를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은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개최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늘어나는 고령 자영업자, 이유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자의 비중은 23.2%(2023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7위로, 평균(16.6%)을 크게 웃돈다. 멕시코를 제외한 상위 5개국은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작다. 선진국일수록 제조업·서비스업이 대형화하면서 다양한 임금 일자리가 창출돼 자영업자 비중이 감소하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고령 자영업자가 2015년 142만명에서 지난해 210만명으로 매우 빠르게 증가하며 전체 자영업자의 37.1%를 차지했다. 2015년부터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705만명)가 본격적으로 은퇴한 영향이다. 우리나라 단일 세대 중 규모가 가장 큰 2차 베이비붐 세대 954만명이 향후 10년간 순차적으로 은퇴하면 고령 자영업자는 2032년 전체 취업자의 9%인 248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서울 명동거리의 한 폐업한 카페 출입문에 정수처분 예고서가 붙은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이들이 주로 운수창고·숙박음식·도소매 등 진입 장벽이 낮은 업종에 뛰어들어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고, 준비 부족과 낮은 생산성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2014년 이후 10년간 늘어난 고령 자영업자(농림어업 제외) 47만명 가운데 운수창고·숙박음식·도소매·건설업에서만 29만명이 불었다. 지난해 고령 자영업자의 취약업종 종사 비중은 65.7%로 15~59세(56.2%)보다 훨씬 높았다. 또 창업한 지 3년 이내 고령 자영업자의 35%는 연간 영업이익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시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은 다른 연령대와 별 차이가 없음에도 창업 후 누적된 부채 비율(영업이익 대비 부채)은 14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생산성이 낮아 매출액·영업이익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다시 빚을 내서 사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빚이 쌓여 결국 폐업 등으로 사업을 그만둔 후에는 상당수가 임시·일용직으로 내몰렸다. 자영업에서 이탈한 20~50대의 50% 이상은 상용직 일자리로 돌아간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고령 자영업자의 급격한 증가는 거시경제 리스크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령층의 과도한 자영업 진입을 정책적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고령층이 은퇴 후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은 임금 근로보다 ‘계속 근로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안정적 임금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그 방안으로는 먼저 고령층이 기존 상용직 일자리에서 계속 근로할 수 있도록 ‘임금체계 개편을 동반한 퇴직 후 재고용 제도’ 강화를 제안했다. 한은이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60∼64세에 정년 전 소득의 60%, 65∼69세에 40%를 받으면 은퇴 후 자영업 소득과 비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 선택 시 전환비용과 초기 창업비용 부담이 크고 향후 소득 변동성도 높은 만큼 상용직에서 계속근로가 보장된다면 급여가 줄더라도 기존 일자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임금근로자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서비스업의 대형화,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기업과 고령 근로자 간 매칭 강화, 산업구조 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교육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준비 없이 자영업에 뛰어든 많은 고령층이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불안정성에 처해 있다”면서 “이런 현실은 고령층 개인의 생활 안정은 물론 거시경제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노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동체의 모습”이라며 “선진국다운 사회적 품격을 갖추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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