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특정 기업, 해당 지역의 상징 독점할 수 없다는 사회적 우려 반영된 것”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기업 더본코리아가 충남 예산시장 내 ‘장터광장’에 대해 상표권 등록을 시도했다. 하지만 특허청으로부터 거절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특허청 등에 따르면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4월 ‘장터광장’을 포함한 총 5건의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여기에는 ‘장터광장 시장 중국집’, ‘장터광장 시장 닭볶음’ 등 구체적인 브랜드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상표 출원은 더본코리아가 예산시장 현대화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장을 재개장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당 사업을 소개하면서 예산시장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2023년 4월 재개장 후 두 달 만에 누적 방문객 68만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같은 해 8월, “거절 사유가 있다”는 내용의 의견제출통지서를 더본코리아에 전달했다. 더본 측은 “‘장터광장’이라는 명칭은 기존과 명확히 구별된다”는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했으나, 특허청은 지난해 12월 최종적으로 상표 등록을 불허했다.
특허청은 거절 사유에 대해 “‘예산장터광장’은 예산군 예산읍 예산시장길에 위치한 장소로 국내 수요자나 거래자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해당 명칭이 특정 상품에 사용될 경우 출처에 대한 혼동이나 오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즉,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강한 명칭을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취지다.
예산시장은 1981년 개설된 충남의 대표적 상설 재래시장이다. 지역 인구 감소와 함께 쇠퇴하던 이곳은 2018년 더본코리아가 예산군과 협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더본코리아는 ‘예산형 구도심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자체 자산을 투입해 시장 시설을 개선하고, 자체 운영 매장도 5곳 개점했다.
재개장 과정에서 시장 중앙에 위치한 공간은 ‘장옥’으로 불리던 기존 명칭 대신 ‘장터광장’이라는 새 이름으로 단장됐다. 더본코리아는 이곳에 테이블을 비치하고, 방문객들이 시장 내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백 대표의 유명세와 더불어 이 같은 공간 구성은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을 유도하며 예산시장을 대표적인 전통시장 활성화 사례로 부각시켰다.
더본코리아는 “‘장터광장’ 명칭과 운영 모델은 민간 주도로 형성된 것”이라며 “예산시장 내 식사 공간을 브랜드화하고, 향후 ‘예산형 전통시장’ 모델을 타지역으로 확산하기 위한 기반 조성의 일환이었다”고 상표 출원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공익적 목적의 상표화였으며, 유사 사례로의 발전을 위한 전략적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공공영역에서의 상표권과 민간기업의 경계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고 평가한다.
한 지식재산권 전문가는 “전통시장과 같이 지역 공동체가 오랜 시간 공유해온 명칭은 상표법상 식별력이나 출처 표시 기능보다 공공의 권익이 우선될 수 있다”며 “특허청이 ‘장터광장’을 공공재로 보고 등록을 거절한 것은, 특정 기업이 해당 지역의 상징을 독점할 수 없다는 사회적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더본코리아가 예산시장에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기업이 공익적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과를 상표로 독점하려 한다면, 지역 사회 및 공공기관과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이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지역사회와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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