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지지율 두 자릿수 돌파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대구 출신 두 사람이 부부가 돼 상경해서 서울의 지하철 종점 노원구 상계동에 자리 잡았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13일 대구 2·28 기념중앙공원에서 퇴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유세 연설을 하던 중 자신의 부모님이 서울로 상경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이 후보는 “지하철 타고 출근할 수 있는 곳 중 가장 멀리 있는 종점(상계동)에 자리 잡았던 부부는 ‘우리가 종점보다 가까운 곳으로 조금씩 올라가 보자’고 생각했고, 유일한 수단은 자식(이준석 후보)에 투자하는 것이었다”며 “저는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갔다.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에 유학까지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오마주한 걸로 여겨지는 발언이다. 당시 주 상원의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 남부 출신 어머니가 꾼 꿈을 이야기하며 계층 이동이 가능한 ‘희망의 정치’를 하자고 역설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오바마 스타일’ 연설을 놓고 의도적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황색 당 점퍼를 입지 않고 노타이에 소매를 걷은 흰 셔츠 차림으로 대선 유세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대선에서 양복 상의를 걸치지 않은 흰 셔츠 차림인 ‘오바마 패션’으로 유세를 다녔다.
이 후보는 14일 부산에서 흰 셔츠 차림으로 돌아다녔다. 이 후보가 ‘이미지’를 강하게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이 후보와 개혁신당이 이번 대선 유세를 ‘지상전’이 아닌, 유튜브나 미디어 같은 매체를 적극 활용하는 ‘공중전’ 위주로 치르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거대 양당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한 개혁신당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안이다. 이 후보가 유세 중 이동시간에도 페이스북 글을 게시하거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메시지를 적극 내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 후보가 지난달 예비후보 자격으로 전국 10만 유권자에 발송한 손편지에서 “혼란의 변곡점마다 세상에는 젊은 지도자가 등장했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을 언급하며 ‘40대 기수론’을 제기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공중전’이 효력을 얻으려면 의미 있는 지지율은 필수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대비 열세로 한 자릿수대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조한 지지율이 계속될 경우 미디어 관심도도 떨어지고 유권자의 사표방지 심리로 연결될 수 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18일 첫 대선 후보 토론회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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