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택지개발지인 서부신시가지의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추진 중인 민간사업자 ㈜자광이 3.3㎡에 최고 3000만원대 아파트 공급을 추진하고 나서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지역 시민·환경 단체 등은 “사업자가 초고층 타워 건립을 명분으로 시민의 환심을 산 뒤 주거 안정을 외면한 채 아파트 고분양가로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14일 한승우 전주시의원과 함께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는 집값 상승 부추기고, 실수요자 진입 장벽 높이는 초고가 분양 계획에 맞서 적극적인 공적 개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과 도시계획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자광은 지난 8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서부신시가지 옛 대한방직 터에 3400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업체가 계획한 분양가는 3.3㎡당 2500만3000만원 정도로, 가장 작은 평형인 34평형을 기준으로 한 채당 분양가는 9억1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전주시 아파트 평균 분양가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초고가 책정은 “전주를 아파트 투기장으로 만들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감나무골 재개발 등 최근 지역 분양가(1㎡당 1490만원)에 비해 턱없이 높을 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접근을 차단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다. 특히 자광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닌 점을 악용해 최대한의 개발이익을 노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도시계획의 공공성을 훼손한 채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개발 사업자의 탐욕이 본색을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용적률 상향에 교통 대책 전가까지…시가 깔아준 특혜의 밑그림”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전주시의 ‘과도한 특혜 제공’이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주시는 도시계획 변경과 용적률 상향, 감정평가 조정, 교통 대책 비용 전가 등 각종 특혜를 제공하며 민간사업자의 개발이익 극대화를 뒷받침했다”고 주장했다.
전주시는 지난 도시계획 조례 개정을 통해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최대 500%까지, 일반상업 지역은 500%에서 900%로 대폭 상향했다. 조례 개정 전 일반상업 지역 수준이 용적률을 준주거지역에도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미 공업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변경된 대한방직 부지는 상업용지로 변경하지 않고도 고층 건축과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가능해졌다. 결국 향후 개발 이익은 크게 불어나게 됐지만, 용도 변경에 따른 시세차익 환수는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교통영향평가 대책 사업도 공공기여로 둔갑시켜 시가 부담하게 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주시가 제시한 공공기여 사업 중 700억원 규모의 개발부지 옆 지하차도 건설과 122억원가량이 소요될 삼천 교량 설치 등은 사실상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교통 혼잡 해소책이다.
하지만, 시는 향후 환수할 개발 이익금을 이런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개발 이익금을 공공기여 명목으로 사실상 사업자에게 되돌려주려는 것은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배임 행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양가는 고공행진, 공공성은 실종…전주시, 철저히 개입해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초고가 아파트 분양이 전주 지역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높은 분양가는 청년과 무주택자의 주택 진입 장벽을 높이고, 실거래가와 괴리된 부동산 거품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에서다. 중소형 평형을 외면한 채 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단지 계획 역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소지가 크다.
한승우 전주시의원은 “이미 도시계획 변경과 감정평가 조정 등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은 사업자가 초고가 분양으로 또다시 이윤을 챙기려 하고 있다”며 “전주시는 이제라도 개발 계획에 적극 개입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주시의 책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자광 측이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고 고분양가를 공개한 행위가, 사실상 시가 묵인하거나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시 여부, 분양 승인 과정의 투명성, 사업자에 대한 특혜 여부 등을 철저히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자광이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한 만큼 분양가를 포함한 도시계획의 공공성과 사업 추진의 투명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할 마지막 기회”라며 “시의회와 시민 감시단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업체가 제시한 초고층 관광타워에 대해 ‘동시 착공, 동시 준공’을 약속한 만큼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행보증증권 등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광은 초고층 관광타워 복합개발과 아파트 분양을 추진하기 위해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만큼 전주시가 업체에 분양가 산정 기준, 건축비 내역, 택지 조성 비용 등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기존 특혜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방안까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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