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대회와 동시 개최 역대 3번째
개막식 사흘 전엔 세계양궁연맹 총회
전일빌딩 등서 5·18 알리는 특별전도
각국 대표단·선수 등 1000여명 발길
‘No 플라스틱’ 친환경 대회 캠페인도
세계 양궁선수들의 기량을 겨루는 ‘광주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와 ‘광주 2025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가 1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14일 찾은 광주 남구 광주국제양궁장에선 굴삭기 2대가 흙을 퍼나르고 땅을 다지면서 경기장을 확장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 경기장을 동서 방향으로 각각 20m씩 확장하고 있다. 경기장은 기존 220m에서 240m로 확장된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경기장을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한 공사다. 본부석 건물에는 선수대기실과 장비보관실 등 선수를 위한 시설물 공사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장애인들의 경기장 이용 편의를 위한 시설 개·보수 공사도 같이하고 있다. 휠체어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화장실 바닥의 평탄 작업과 안전대 설치도 이뤄지고 있다. 시설 개보수 공사에 드는 예산은 38억원이다.
◆경기장·숙소·수송 등 준비 척척
광주시는 올 9월 ‘평화의 울림(The Echo of Peace)’이라는 슬로건으로 세계 양궁인들의 축제인 3대 양궁 이벤트를 갖는다. 9월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계양궁연맹 총회를 개최한다. 이 총회에는 양궁연맹 167개 회원국 대표단과 이사회,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9월 5∼12일 8일간 광주국제양궁장과 5·18민주광장, 광주월드컵경기장 3곳에서 90여개국 900여명의 선수가 실력을 겨룬다.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 대회는 같은 달 22∼28일 7일간 50여개 나라 400여명이 참가해 기량을 발휘한다.

이번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서울(1985년)과 울산(2009년)에 이어 국내에서는 3번째로 개최된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와 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도시는 이탈리아 토리노와 네덜란드 스헤르토헨보스에 이어 광주가 3번째다. 앞서 광주시는 2015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22년 양궁월드컵 등 굵직한 국제 스포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광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제스포츠 도시의 외교 역량을 발휘했다.
이런 국제스포츠 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광주시는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강기정 광주시장이 맡았다. 100여일을 앞두고 선수들이 기량을 마음껏 겨루게 될 경기장 개·보수가 한창이다.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은 모두 4곳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경기장은 결승전이 열리는 5·18민주광장이다. 5·18민주광장은 1980년 5월 군부독재에 맞서 시민군들이 끝까지 항거하다 숨진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적인 장소다. 민주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아 이곳에 가설경기장을 설치하고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결승전 경기뿐만 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전일빌딩, 5·18기록관 등에서는 특별전을 개최해 세계 평화와 축제의 장으로 승화한다는 방침이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 결승전 경기는 통상 3일간 진행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1931년 대회 창설 이래 처음으로 6일간 일정으로 확대됐다. 주경기장으로 70개의 과녁이 마련된 광주국제양궁장에서는 예선과 본선을 치른다. 광주월드컵경기장과 광주축구전용구장은 선수들의 연습경기장으로 활용된다.
선수들이 묵을 숙박과 수송 준비는 이미 마친 상태다. 이번 양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와 임원은 900여명이다. 이들은 광주의 호텔급 숙소에 머물면서 하루 세 끼 식사를 제공받는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선수와 임원들은 광주시와 조직위가 제공하는 전용버스로 광주까지 오게 된다. 양궁 장비의 안전한 수송을 위해 별도의 수송 공간도 마련했다.

◆노 플라스틱·ODA프로그램 운영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노 플라스틱(No Plastic Bottle)’이다. 경기장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와 종이 인쇄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참가 국가에 대회 초청장을 보낼 때, 선수가 개인 텀블러를 지참해달라는 안내문을 보냈다. 미처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지 않을 때는 조직위에서 제공한다. 대회 기간 중 선수가 먹는 점심도 일회용 도시락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장애인 대회의 경우 이동 불편을 고려해 경기장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친환경 도시락을 제공할 방침이다. 대회 기간 동안 종이 홍보물은 온라인이나 QR코드로 대체한다. 선수와 시민들이 탄소발자국을 계산하는 등 에너지를 절약하는 탄소발자국 줄이기 체험 부스를 운영한다.
이번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저개발 국가의 양궁선수를 초청하고 참가비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운영이다. 세계양궁연맹 회원국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 선수를 대상으로 국가별로 선수 3명 이내 20여명의 대회 참가비와 교통비, 숙박비, 기술 인력 등을 지원한다.
홍보대사로는 광주가 배출한 글로벌 스타들이 나선다.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과 하계올림픽·세계양궁선수권·양궁월드컵 파이널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기보배, 2024년 하계 패럴림픽 양궁 국가대표 김옥금 선수가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 앞서 올 6월에는 프레대회인 대통령기 전국 남녀양궁대회가 광주에서 개최된다. 6월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광주국제양궁장과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프레대회를 통해 경기시설과 운영상황 등을 미리 점검한다.
경기장 응원과 선수단 환영·환송 등 다양한 활동으로 대회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광주만의 성숙한 시민의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시민 서포터즈를 운영한다. 이들은 양궁 특성상 ‘선수 등장 시 박수, 격발 시 침묵, 점수 확인 후 환호’ 등 국제 기준에 맞는 성숙한 응원문화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하경완 시 세계양궁대회지원단장은 “이번 대회는 플라스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대회 운영과 저개발 국가 참가 선수들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라며 “결승전 장소는 민주와 평화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대회 조직위 이연 사무처장 “저개발국가 출전비 지원 연대의 광주정신 알릴 것”
“스포츠는 도시마케팅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이연(사진) 광주 2025 세계(장애인)양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처장은 이번 양궁선수권대회가 저비용으로 치르지만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사무처장은 조직위원회 사무처 업무 전반을 총괄한다.
이 사무처장은 14일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시민과 함께 즐기는 성공적인 대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광주에서 큰 대회가 열렸지만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40여년간 광주시청에서 근무한 이 사무처장은 체육 분야에서 굵직한 업무를 수행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0년 광주시 체육과장으로 발령 났을 때 불과 수천만원의 예산으로 광주시장배 바둑대회를 개최했다”며 “전국의 초·중·고교 선수와 학부모들이 이 기간 광주에 머물면서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됐다”고 회고했다. 이 사무처장은 체육과장으로 재직하면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광주FC, 장애인국민체육센터를 신축했다. 그는 또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체육관과 수영장 건립을 추진하고 광주FC, 장애인 탁구팀 창단 등 광주 체육 발전에 기여했다.
그는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안과 관련해 “선수단의 현지 적응을 위해 연습경기장을 조기에 개방한다”며 “국내외 심판 등 국제자격 기준에 적합한 경기 운영요원을 사전에 확보했다”고 전했다. 광주 세계양궁선수권대회를 ‘불편 제로(0), 안전사고 제로(0)’ 대회로 만들겠다고 표방한 이 사무처장은 “문화와 관광, 보건, 위생, 환경 등 대회 지원분야와 협업체계를 구축했다”며 “수송과 숙박 분야의 시뮬레이션을 등을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양궁선수권대회를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며 “평화와 친환경, 저개발 국가 양궁기술 지원으로 지구촌에 ‘평화의 울림’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궁선수권대회의 효과에 대해선 “시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양궁을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저변이 확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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