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I, “미국민은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안보 고려
미국과 영국의 무역합의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발표된 것은 실질적인 협상 진전보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백악관이 한국에 대해서도 비슷한 정치적 필요를 느낄 경우 큰 틀의 합의가 먼저 나온 뒤 세부 사항은 이후에 조율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워싱턴의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KEI에서 열린 미국 국민의 대한국 무역과 투자에 대한 공공 인식을 주제로 한 여론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해설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미국과 영국간 합의는 매우 빠르게 발표됐고 이는 실질적인 협상 진전보다는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세부사항은 아직 협상 중으로 발표가 먼저, 협상은 나중이라는 구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백악관이 한국과도 비슷한 ‘정치적 필요’를 느낀다면 비슷한 방식의 발표가 먼저 나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 미 당국은 한국, 일본 등과의 무역 협상을 빨리 진행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언급을 한 바 있다.
스나이더 소장은 처음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각국과의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던 때와 비교하면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는 시장 반응을 더 많이 이해하고 여기에 맞춘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가 하락, 경기 침체 관측 등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을 인식하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과의 무역합의에서 한국이 참고해야 할 부분과 관련해 닐스 오스터버그 KEI 연구원은 “영국과의 협상에서 특히 눈에 띈 건 소고기 시장 개방으로 (양국 협의에서) 미국산 농축산물의 시장 접근성이 이슈였다”며 “이건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과의 협상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KEI는 이날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와 협업해 조지아, 텍사스, 뉴욕, 워싱턴 등 10개주를 대상으로 각 주에서 150∼200명의 표본을 수집하고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한 미국민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표본은 각 주 표본의 교육수준, 소득수준, 성별, 연령, 정당성향 등을 반영해 설계됐다. 조사에선 미국민이 일본, 한국, 독일 등 동맹국의 대미 투자는 56∼64%가 긍정적으로 판단한 반면 중국 투자는 39%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타국 자본의 미국 내 투자에 대해 안보 요인을 기준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조사에선 타 국가의 미국 내 투자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미국의 해외 진출 규제 완화도 함께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미국인들이 무역에 있어 상호주의적(reciprocal) 사고를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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