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대세지만 망설여져” “경제난 책임 물어야” [6·3 대선 수도권 르포]

“단일화 실망” “사법리스크 고민”
젊은층선 ‘세대 교체’ 목소리도
“중장년 정치 탈피, 이준석에 눈길”

서울 지지율 李 48.7% 金 41.3%
경기·인천선 李가 50.8%로 과반

“이미 대세는 정권교체로 기울었다고 생각하지만 선뜻 손이 안 가 고민이다.”

3년 전 대통령선거 때만 해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접전을 벌였던 수도권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여파로 악화한 내수 경기,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선 후보 단일화를 놓고 벌어진 촌극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컸다. 다만 선뜻 민주당 지지를 밝히는 시민도 많지 않았다. 공직자의 덕목인 도덕성과 청렴성 등을 언급하며, 다른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만난 헤드헌터 이도영(53)씨는 “경제가 어려우니 헤드헌팅 수요도 전년 대비 30∼40%가량 줄었다. 차기 대통령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번 대선은 이미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인 것 같다. 지금의 경제난도, 최근 강제 단일화 파동도 국민의힘 쪽 문제인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사법 리스크가 있는 사람을 뽑는 것도 망설여져 고민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만난 손모(39)씨도 여지없이 ‘어대명’을 언급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로 대세가 기울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보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눈에 띈다. 이번은 아니어도 점점 큰 정치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에 대한 관심은 학생층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신촌에서 만난 대학원생 조모(26)씨는 “너무 중장년 세대가 정치를 오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에는 젊은 이준석을 뽑아보려고 한다”며 “이 후보의 교육제도에 대한 생각을 들었는데 다른 정치인과 달리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해결책도 명확해 보였다”고 했다.

1300만 인구가 밀집한 경기도는 시·군에 따라 정치 풍향계가 제각각이라 중산층과 30·40대의 민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중산층 밀집지인 광교 신도시의 광교중앙역 인근 거리에서 만난 30대 공무원 최모씨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계엄·탄핵사태로 다들 골머리를 앓았다”며 “정치적 안정을 가져올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경기도청 앞 상점가 식당에서 마주한 주부 박모(53)씨는 “국민의힘이 열세에 놓인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층이 결집하면 승산이 있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박씨는 “그동안 찍었던 당에 얽매이지 않고 후보가 얼마나 능력 있고 깨끗한지를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에선 정권교체 여론이 거셌다. 계양산전통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한 상인은 “민생이 파탄 났다”며 “민생 파탄 주범은 최근 국정 책임자”라고 윤 정부를 비판했다.

한길리서치가 글로벌이코노믹 의뢰로 11∼12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 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8.7%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41.3%)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경기·인천에선 이 후보 지지율이 50.8%로 과반을 기록했다. 조사는 무작위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5%포인트,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채명준·배민영 기자, 수원·인천=오상도·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