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룰라, 기업인 200여명과 동행
신에너지·인프라 협력 가능성 등 언급
다자주의, 자유무역 수호 의지도 밝혀
콜롬비아 페트로 “일대일로 참여할 것”
칠레 대통령도 핵심 자원 협력 강화
중국이 미국과 고율 관세 일시 완화에 합의한 가운데 남미 주요국과의 외교 접촉을 병행하며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내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중·브라질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중국과 브라질은 서로가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며 “양국이 손을 맞잡는다면 글로벌 사우스는 전 세계로부터 지금껏 본 적 없는 존중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브라질 관계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다. 이번이 여섯 번째 방중으로 재집권한 2023년 이후로는 두 번째 방문이다. 이번 일정은 관세 위협으로 촉발된 세계경제 불안정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뤄졌으며, 중·브라질 관계 심화와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 해소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띠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는 상원의장단과 11명의 장관, 200여명의 기업인이 동행했다”며 “이는 중국과 함께 보다 공정한 세계, 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미래 공동체 건설에 브라질이 진지하게 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에너지와 인프라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브라질이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국의 경험에서 배워 교육 투자와 기술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은 또 “우리 관계는 단순한 실용적 협력을 넘어서 빈곤 퇴치라는 공동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8억명, 브라질이 5400만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한 점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차대전 이후 세계의 평화를 지켜온 것은 다자주의 덕분이며, 보호주의는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조르지 비아나 브라질 무역투자진흥청장은 “중국과 브라질은 모두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며, 포럼 현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브라질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의향을 밝혔다고 말했다. 마르시우 엘리아스 호자 브라질 개발산업통상부 차관도 “중국은 브라질 발전에 매우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신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유한 기술력과 자본력이 브라질의 천연자원·청정에너지 기반과 상호보완적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중국-라틴아메리카(중남미)·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셀락) 외교장관 회의를 계기로 브라질 외에도 남미 주요국과의 외교 접촉을 강화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이라고 현지 일간 엘티엠포가 보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딛기로 결정했다”며 콜롬비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에 공식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의향 표명 수준을 넘는 ‘전면 참여’로 해석된다. 16일까지 중국에 머물 예정인 페트로 대통령은 “다자주의와 지역 통합, 지속가능한 발전, 글로벌 평등을 촉진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남미 주요국인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도 전날 베이징에 도착했다. 칠레 일간 라 테르세라는 보도에서 보리치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구리, 리튬 등 핵심 자원 협력 강화 의지를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는 모두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며 자국 수출 시장의 지역적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미국의 ‘보편적 기본 관세율’ 적용 대상이 된 뒤로 대(對)중국 외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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