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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이상기후로 산불 대형화… ‘진화’ 매몰 말고 ‘복원’ 고민해야”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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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3 20:00:00 수정 : 2025-05-13 18: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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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영남 산불로 주왕산 국립공원도 역대급 피해
국내 산림 대부분이 침엽수림… 수관화로 피해 확산
토양 수분 함량 많은 혼효림은 지표층 일부만 전소
일부는 이미 자연복원… 생태계 교란 최소화 효과도
대응전략 대전환 통한 ‘산불에 강한 숲’ 유지가 중요

“교훈을 얻고 대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참 어리석은 일이 되지 않겠습니까.”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올 3월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긴 영남 산불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산불을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라는 문제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가 ‘진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건 ‘복원’이다. 이번 산불로 국립공원도 역대급 피해를 입었다. 경북 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은 피해면적이 전체의 3분의 1, 축구장 5000개 크기인 3620㏊에 이른다. 국립공원 역대 산불 피해 중 최대 규모다. 지리산국립공원도 피해면적이 260㏊ 수준으로 2023년 경남 하동 산불 피해(128.5㏊)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이 9일 서울 마포구의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3월 영남 산불과 관련해 피해 복원 방향, 대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주 이사장은 9일 서울 마포구의 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얼마 전 지리산을 다녀왔는데 굉장히 놀라운 걸 발견했다”며 “지표는 아직 새까만데 거기서 벌써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런 곳이 어떤 특징이 있냐면 모두 활엽수가 주된 곳”이라고 했다. 활엽수는 자체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서식 지역 또한 습도와 토양 수분 함량이 높은 편이라 불에 잘 견디는 내화력이 높다고 평가된다. 이와 비교해 침엽수가 주된 지역의 경우 “나무 전체가 새까맣게 타 회복이 어려운 상태였고 복원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판단됐다”는 게 주 이사장 설명이다. 침엽수는 수분 함량이 낮은 데다 기름 성분까지 함유하고 있어 불에 취약하다. 주 이사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대형 산불을 자연 현상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며 산림 복원 또한 피해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침엽수를 식재하는 그간의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다음은 주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영남 산불로 국립공원 피해가 컸다.

“주왕산국립공원 산불은 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 제도가 시행된 이래 최대 산불로 기록됐다. 지난 3월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주왕산국립공원이 위치한 청송과 영덕까지 확산됐다. 주왕산국립공원 면적의 약 29%인 3620㏊가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공원 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탐방로 11.5㎞와 탐방지원센터 등 일부 공원시설물과 야생동물 피해가 확인됐고, 현재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는데, 우리가 보통 영남 산불을 언급하면서 피해면적에 집중하는데, 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산불 대응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도모해야 할 시기란 것이다.”
 

―어떤 변화를 말하는 건가.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침엽수림은 대부분 전소된 반면, 활엽수림이나 혼효림(침엽수와 활엽수가 혼합된 산림)은 지표층 일부만 탔고 뿌리와 생장점은 살아 있었다. 국제기후연구단체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도 이번 영남 산불이 기상 조건과 함께 침엽수림이 많은 한국의 산림 특성상 수관화(나무의 가지와 잎을 태우며 번지는 불) 형태로 진행돼 훨씬 강한 화력을 보였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리산과 주왕산국립공원의 경우, 혼효림이 많아 수관화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일부에선 국립공원의 혼효림이 산불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지리산국립공원 산불 피해지역의 경우 이미 지표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도 확인될 정도로 회복되고 있다. 숲은 이미 어떻게 산불을 견뎌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립공원의 식생 구조와 산불 피해의 상관관계를 통해 향후 기후변화와 관련해 산불에 강한 숲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복원의 이점과도 관련 있나.

“그렇다. 자연 천이(일정 지역의 식물 군락을 구성하는 종들이 시간 추이에 따라 변천해 가는 현상)를 통해 복원되면 내화력이 강한 혼효림이 조성되고, 생물다양성도 높게 나타난다. 장비 투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추가 환경 훼손이나 생태계 교란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 국립공원 지역은 주로 원시림, 횬효림 등으로 이뤄져 있고, 오랜 기간 쌓인 다양한 종자가 땅속에 존재하고 있어 자연복원에 매우 유리하다. 2022년 3월 지리산 거림탐방로 주변에서 3.8㏊ 규모 산불이 발생했는데, 2년 뒤 모니터링단이 GPS(위치정보시스템)를 켜지 않고 산불발생지 모니터링을 갔다가 자연복원이 이뤄져 발생지를 한동안 찾지 못한 일화도 있다. 2023년 3월 지리산 하동 산불도 2년이 지난 지금 피해지역(128㏊) 대부분이 멀리서는 산불의 흔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적으로 회복됐다.”

―활엽수림 전환이 필요하단 뜻인가.

“그건 오해의 소지가 있다. 영남 산불 이후 이제 복원을 준비해야 하지 않겠나. 환경에 따라 척박한 곳에선 침엽수 식재가 복원에 유리할 수도 있다. 또 산림 중에서 임업을 하는 곳은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임업인들은 주요 자산 중 하나인 송이버섯 채취가 용이하기 때문에 소나무숲 복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니 전부 활엽수림으로 일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은 임업이 주요 기능이 아닌 만큼 활엽수립·혼효림 중심 관리로 대형 산불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산불이 일상화할 기미를 보이는 만큼 우리 사회가 복원 과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고 우리 국립공원의 특징이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기승전-임도’식으로 산불 진화에만 ‘올인’해선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임도 확충을 추진하는 산림청과 입장이 다른가.

“완전히 다른 건 아니다. 환경부와 공단의 기본 입장은 국립공원 재난 관리를 위해 접근성 제고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임도를 확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원 내에도 차량이 진입 가능한 진입로나 탐방로가 많이 있고, 과거에 만든 임도도 있다. 여기에 대한 확충 계획도 일부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 산불로 지리산에 인접한 구곡산 자락이 피해를 입었는데 거기가 고지대 급경사지라 헬기 외 접근이 어렵다. 일부에선 여기에도 임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인근 국립공원까지 경사면에 지그재그로 도로를 깐다는 게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추가경정예산에 산불 예산도 포함됐는데.

“국립공원 산불 초동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예산이 201억원 편성됐다. 당장 공단이 현재 헬기 1대로 공원 관리 업무와 함께 재난 대응을 해왔는데, 이번에 기존 노후 헬기를 교체하고 신규 헬기를 1대 추가해 총 2대를 운영할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됐다. 향후에는 4대까지 늘려 권역별로 운용해 산불 발생 시 전국을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초기 대응 속도와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지상에서도 산불전문진화차량을 추가 도입해 전 국립공원에 최소 1대씩 배치할 예정이다. 여기에 AI(인공지능) 감시카메라와 열화상 감지 드론 등을 도입해 주·야간 가리지 않는 모니터링과 신속 대응 체계 구축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국립공원공단법 개정안도 나왔다.

“실제 우리가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서 재난 예·경보 시스템 운영과 산불진화를 위한 항공대·산불진화차 도입 등 재난 예방·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현행 국립공원공단법 등에는 그 법적 근거가 부재한다. 국립공원 내 식생이나 문화 자원에 대한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공단은 재난안전법 등 다른 법령에 따라 유관기관과 협력해 간접 대응할 수밖에 없고, 현장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효성 있는 조치에도 한계가 확인된 상황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국립공원공단법 등을 고쳐 재난 예방·대응 기능이 명시되면 국립공원 내 재난에 대해 공단이 보다 즉각적이고 책임성을 갖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은 어떻게 되고 있나.

“추진 초기에 부산시와 양산시 간 이견이 일부 있었지만 현재는 거의 다 해소됐다. 주민·지자체 의견 수렴은 완료됐고 현재 중앙부처 간 협의 단계로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저도 금정산에 갔다가 범어사 주지인 정오 스님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뵀는데, 국립공원 지정에 대해 기대가 상당히 높은 걸 느꼈다. 금정산이 최종적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이 된다. 현재 7개 기초지자체가 관리 중인데, 국립공원 지정 이후에는 관리가 일원화돼 체계적인 보전과 탐방로 정비 등이 이뤄져 접근성이 높은 공공 여가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대영 이사장은…

●1966년 경기 포천 출생 ●서울대 농화학과 학사 ●미 UC데이비스 환경화학 박사 ●환경부 국제협력관·감사관·정책기획관·대변인 ●대구지방환경청장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사무처 사무차장 ●국립공원공단 이사장(2025년 2월∼)


대담=정재영 사회부장, 정리=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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