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방송, 연극까지 넘나들며 소통을 이어온 이상훈 극단 예인방 예술감독이 최근 한국 근대사의 숨은 영웅, 김옥균을 조명하는 장편소설 ‘김옥균, 조선의 심장을 쏘다’를 펴냈다.

이 책은 개화의 이상과 개혁의 비극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김옥균의 생애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감독은 삼일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의 주인공 김옥균이 우리나라에서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토로한다.
이 감독에 따르면 김옥균은 역사의 갈림길에서 나라의 운명과 시대의 소명을 짊어지고 조선의 구체제를 겨냥했다. 그 과정에서 오판도 있었고, 실책도 발견되지만 역사 앞에 자신을 내던지는 담대함과 운명에 도전할 줄 아는 과단성을 겸비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소설의 1부는 김옥균의 출생부터 갑신정변 실패까지, 2부는 일본 망명 생활에서부터 암살, 남은 이들의 후일담까지 김옥균의 굴곡진 인생 전반을 담았다. 사료를 바탕으로 역사적 인물들의 궤적을 명시하면서도 행간의 그늘에 존재하는 단편적 인물들에게는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소설에는 이 감독이 역사의 현장을 발로 뛰어가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록에는 갑신정변의 우정국, 김옥균의 생가, 묘소, 유배지인 일본의 홋카이도와 오가사와라 제도의 정경 등의 자료사진들이 포함됐다.
이 감독은 ‘시청률의 황제’로 불렸던 방송 프로듀서이자 영화감독, 연극 연출자다. 1987년 KBS 공채 14기 PD로 입사해 인기 작품들을 연출했고, SBS 개국 멤버로 참여해 좋은 세상 만들기 등 다수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또 영화 ‘돈텔파파’, ‘마파도 2’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으며 역사소설가로도 활동해왔다. 마지막 태자 김일의 역사적 발자취를 추적하며 훼손된 역사를 복원하는 내용의 전작 ‘김의 나라’는 2022년 제16회 류주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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