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없는 내 집 마련’ 이상…시장 안정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 어떻게 잡을지 시험하는 중요한 계기
고가 아파트도 대출 없이 일부 자금만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금융 모델이 올해 하반기 시범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고, 동시에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대와 함께 제도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지분형 모기지’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무주택자가 집을 구매할 때 주택금융공사(HF) 등 정책금융기관이 매입가의 일부를 지분 투자 형태로 부담하고, 구매자는 나머지 금액만 마련하면 되는 구조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경우 개인이 6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4억원은 HF가 지분을 보유한 형태로 공동 투자하게 된다. 이 중 개인 부담금인 6억원조차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적용하면 약 4억2000만원까지 은행 대출로 조달 가능하다. 결국 약 1억8000만원의 자기 자금만으로도 10억원짜리 주택 구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HF는 지분 투자에 대해 연 2% 안팎의 사용료(임대료 성격)를 부과하며, 주택 매각 시 시세차익은 투자 비율에 따라 HF와 구매자가 나눠 가진다. 반대로 집값이 하락하면 손실은 HF가 먼저 부담하는 ‘손실공유형’ 구조도 도입될 예정이다. 당국은 오는 6월 중 구체적인 사업 설계를 발표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점수제를 통해 참여자를 선발하고, 이들이 직접 고른 주택에 대해 HF가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상 주택은 중위가격 수준으로 △서울은 10억원 이하 △경기 6억원 이하 △지방은 4억원 이하로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규모는 약 1000호, 소요 재원은 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 제도가 무리한 대출(‘영끌’) 없이도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주택 관련 대출이 전체 가계부채의 70~80%를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채 부담을 줄이고 자산 양극화와 주거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시장에선 우려도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1억8000만원만으로 10억원짜리 주택을 살 수 있는 구조는 오히려 과잉 수요를 자극해 주택시장 과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HF가 손실을 우선 부담하는 구조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질 수 있어, 정책금융기관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주택금융 전문가는 “지분형 모기지는 고소득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자산을 보유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실질적인 내 집 마련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자본 부담을 낮추면서도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형성 기회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사다리 복원에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의 지속성과 민간 자본 유치가 핵심 관건이며, 시세차익에 대한 과도한 공적 개입은 시장 왜곡이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정교한 제도 설계와 리스크 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시범사업은 ‘영끌 없는 내 집 마련’이라는 이상과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시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