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선 긋고 개혁 보수 강조
李 “젊은층 중심 민심 변화 느껴”
당원수도 급증… “창당 때 수준”
직설화법 등 비호감 개선은 숙제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보수진영 내 새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이른바 ‘빅텐트론’에 철저히 선을 그어온 이 후보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11일 부산 강서구 명지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밑바닥 민심이 너무 좋아서 굉장히 고무돼 있다”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정치권이 보인 안 좋은 모습 때문에 개혁신당을 지지하겠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계엄·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에 실망한 마음들이 개혁신당 쪽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개혁신당은 전날 개혁신당의 온라인 당원 수가 지난 8일 기준 8만4000명에서 36시간 만에 3000명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창당 때를 방불케 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둘러싼 내홍에 실망한 민심이 개혁신당을 새로운 대안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내홍을 겪는 사이 이 후보가 꾸준히 대선 행보를 이어왔고, 단일화·연대설을 강하게 거부하면서 개혁 보수 이미지를 지킨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후보는 ‘학식먹자 이준석’ 캠페인을 벌이며 자신의 주 지지 기반인 청년층과 소통을 늘려 왔고, 정부조직 개편 등 각종 공약과 정책을 발표해왔다. 또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을 집중 방문하는 등 전국을 돌며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이 후보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첫 일정으로도 대구를 찾아 동성로 거리 연설 등을 했고, 이날도 부산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지금 보수의 희망이 이준석뿐인 상황이 돼버렸다”면서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 후보는 완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전날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이 후보와 만나 “이번 대선판은 이재명 대 이준석 양자구도”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이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그 후에는 이 후보를 중심으로 진영재편이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김무성 상임고문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에 이렇게 우리가 지리멸렬한 모습을 국민한테 보였을 때는 선거 끝나고 난 뒤 우리 당은 엄청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세대교체 바람도 불 것이고 그럼 이준석의 시대가 오게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당내 갈등 봉합 과정과 이 후보의 비호감도 극복이 관건으로 꼽힌다. 만약 김 후보가 원만히 당을 수습해가면 이 후보로 향하는 표심이 줄어들 수 있고, 지지율 대비 높은 비호감도가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5%, 호감도는 17%였지만 비호감도는 79%에 달했다. 이 후보는 직설 화법과 젠더 이슈 등으로 일부 유권자에게 반감을 사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갈 곳 잃은 보수 표심이 이 후보로 가려면 이 후보가 그만큼 매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높은 비호감도가 이를 막아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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