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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기록도 반납기한도 없어”…칠곡휴게소에 생긴 도서관

입력 : 2025-05-11 11:02:51 수정 : 2025-05-11 11: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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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책 정거장’ 운영
3000권 중 절반은 회원 기증

이름도 적지 않는다. 반납일도 없다. 책을 빌려도 되고, 가져가도 되고, 다 읽은 책을 다시 꽂고 가도 아무도 묻지 않는다. 고속도로 한복판에 이런 도서관이 생겼다.

 

경북 칠곡군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칠곡휴게소 안에 마련된 ‘아이사랑 도서관’이다. 지난달 15일 정식 개관한 도서관에는 어린이 도서 3000권이 비치돼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인 1500권은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이 직접 기증한 책이다.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이 경부고속도로 칠곡휴게소 아이사랑도서관에서 책 상태를 점검하고 진열을 정리하고 있다. 이 도서관은 대출과 반납 절차 없이 자유롭게 책을 빌리고 기증할 수 있는 자율 운영 방식으로 운영된다. 칠곡군 제공

11일 군에 따르면 이 도서관에서는 누구든 책을 꺼내 읽고 가져갈 수 있다. 다 읽은 책은 다음에 들러 다시 꽂고 가도 되고, 자신이 소장한 책을 대신 두고 가도 된다. 대출 기록도 반납 기한도 없다. 전적으로 자율에 맡긴 방식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일상적으로 찾기 어려운 공간이다. 새마을문고 칠곡군지부 회원들은 가족 여행길에 잠시 머무는 이곳에 책이 머물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이 도서관을 구상했다. 회원들은 가정과 아파트 작은도서관 등에서 어린이 도서를 모았고 낡거나 부적절한 책은 제외한 뒤 깨끗하고 유익한 책만 선별해 정리했다. 분류와 진열, 책장 설치까지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개관 이후에도 도서관 관리는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은 한달에 1~2회씩 현장을 찾아 책 상태를 점검하고, 새로운 기증 도서를 채워 넣는다. 회원 수는 200여명에 이르고 청소년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힘을 보탠다. 단순한 기증을 넘어 지역 공동체가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도서관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책 정거장은 단순한 휴게소 편의시설을 넘어 고속도로라는 독서 사각지대에 문화 공간을 심은 전국 최초의 사례다”면서 “고속도로를 지나는 수많은 가족에게 칠곡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의 정류장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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