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5일 이스탄불에서 첫 회담”
푸틴·에르도안, 금명간 만나 논의할 듯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양국 정부 간의 직접 접촉을 제안했다. 협상을 위한 장소로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지목한 것을 두고 푸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대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중재자가 되길 희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dpa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11일 0시에 맞춰 3일간의 휴전이 끝났음을 선언했다. 앞서 러시아의 제80주년 전승절(5월9일)을 앞두고 푸틴은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 동안의 휴전을 일방전으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모스크바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간의 직접 회담을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며 “이르면 15일 이스탄불에서 첫 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앞서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푸틴을 겨냥해 “아무런 조건 없는 30일 동안의 휴전에 즉각 응하라”고 요구했다. “불응하는 경우 새로운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한 압박도 가했다. 유럽 4국 정상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의를 가진 것은 물론 트럼프와 전화 통화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날 푸틴은 이들 4국 정상의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정부의 직접 접촉 원칙과 협상 장소는 이스탄불이란 점만 밝힌 것이다.

에르도안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직후부터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실제로 전쟁 도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실은 화물선이 해외로 무사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한 ‘흑해 곡물 협정’ 성사 과정에서 에르도안은 커다란 기여를 했다. 해당 협정은 2023년 7월 러시아의 일방적인 파기로 현재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미국과 동맹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모임 브릭스(BRICS) 가입 의사를 내비치며 러시아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튀르키예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참여하고 있지 않으며 전쟁 발발 이후에도 푸틴과 몇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다. 그렇다고 튀르키예가 러시아 편인 것은 아니다.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발생한 수많은 난민을 자국에 수용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진 않지만 인도적 지원은 계속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선 푸틴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트럼프보다는 오랫동안 교우해 온 에르도안에게 중재를 맡기고 싶어한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푸틴은 금명간 에르도안과 통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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