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영국과 무역 합의에 성공했다. 관세 인상을 주장하며 통상 조치를 취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조정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영국과 가장 먼저 무역 협상 타결을 선언했다. 영국이 소고기, 에탄올,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 수입을 촉진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미국이 영국산 제품에 대한 일부 관세를 낮춘다는 내용이 골자다. 영국은 1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보잉 항공기도 구매하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은 기존에 발표한 25%의 자동차 품목 관세를 영국산에는 연간 10만대까지 10%로 낮춰 적용한다. 25%의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도 영국산에는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다만 지난달부터 부과하기 시작한 10% 기본관세는 지속한다. 즉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라는 대가로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 관세를 조정하는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미·영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10%까지 낮추는 식으로 선별적으로 양보하며 새로 도입하려 하거나 도입한 관세를 ‘거래’를 통해 낮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기본관세를 포함해 25%로 계산된 상호관세와 품목관세를 모두 낮춰야 하는 상황인 만큼, 수입 확대 등으로 관세를 낮추는 접근법이 가능하단 것이다.
우리나라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는 특히 중요하다. 영국이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를 10만대까지 저율로 적용하게 합의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일정 물량까지 관세를 낮게 적용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적용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영국은 미국이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 영국이 미국의 몇 안 되는 무역 흑자국이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멕시코 등 나라와 협의에 임하는 전제상황 자체가 다른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터 관세를 조정하는 핵심 이유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집어왔다. 이 때문에 무역 적자국에는 더 적극적인 수입 확대와 비관세 장벽 해소 같은 미국에 호의적인 기타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다음주 방한해 통상 협의 관련해서도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고지한 상호관세 적용 유예기간은 7월8일까지이나 우리나라는 대선과 새 정부 취임이 중간에 걸려 있어 대선 전에는 관세 협상 결론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 기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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