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술 사놓으시면 현금으로 결제” 언급도
기획사에 확인하니 ‘그런 실장은 없다’ 답변
연예기획사들 “금전 요구하지 않는다” 강조

최근 유명 연예인이 출연하는 작품의 제작사나 연예기획사 직원을 사칭해 음식을 주문하고 특히 고가의 술을 대신 구매해달라는 ‘신종 노쇼’가 이어지고 있다.
예약 당일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기존 노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명인이 마시는 고가의 술 등을 대신 구매해주면 현장에서 ‘현금’으로 주겠다는 수법이 동원된다.
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북 경산의 고깃집 ‘자인가든’에 지난 7일 예약 문의 연락이 왔다.
국내 한 연예기획사의 실장이라며 이튿날(8일) 대규모 인원이 방문할 테니 총 40인분의 고기를 준비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한우 꽃갈비 10인분, 한우 채끝 10인분, 토종흑돼지 벌집 삼겹살 10인분 그리고 토종흑돼지 목살 10인분을 마련해달라면서다.
해당 연예기획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본 매장 측은 유명 배우들이 소속된 것을 확인했다.
대규모 주문 특성상 미리 상차림을 해놔야 하는 이유로 이튿날 손님 맞을 준비에 바빴는데, 어쩐지 매장은 다소 석연찮은 구석을 느꼈다.
방문할 배우가 평소 즐긴다며 준비해달라는 와인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1병에 300만원 내외라는 글이 나왔고, 무엇보다 대리 구매와 현금 지급을 언급한 점이 수상했다.
특히 ‘명함을 보내드리겠다’던 실장이라는 인물의 휴대전화번호는 이후 매장이 받은 명함에 새겨진 전화번호와도 달랐다.

이러한 점들을 수상하게 여긴 매장 측은 해당 배우가 소속된 기획사에 직접 전화를 걸었고 ‘그런 사람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획사는 ‘그런 관계자는 이곳에 없다’며 사칭 전화를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도 했다고 한다.
고가의 술을 대신 구매하는 피해는 막았지만 매장 측은 상차림으로 적잖은 비용을 손해 봤다.
자인가든 박장범 대표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연예인이 가니까 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준다’고 했다”며 “조용하게 뒷문으로 들어가서 식사하고 나오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술을 먼저 현금으로 대신 사놔달라는 말을 했는데 너무 말이 안됐다”며 “다른 자영업자들이 비슷한 수법으로 피해를 보지 않게 널리 알려 달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취지에서 박 대표는 기사 속 매장명 언급도 ‘괜찮다’고 답했다.
기획사나 영화 등의 제작사 직원을 사칭한 노쇼 수법에 일부 연예기획사는 직접 보도자료를 내고 유사 피해 막기에 나섰다.
한 기획사는 “최근 당사의 소속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의 제작사 직원을 사칭해 식당을 예약하고 고가의 주류 선결제를 요청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소속 아티스트와 제작사 등 관련 직원은 이러한 금전 요구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른 기획사도 “유사한 요청을 받았을 때는 절대 대응하지 말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러한 노쇼 수법을 해외에 거점을 둔 조직 형태의 범죄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