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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형태고용직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되나요?” [슬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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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1 08:02:00 수정 : 2025-05-11 09: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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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특수형태고용직도 보호 의무 판시
“민사상 손해배상 통한 사후적 구제는 한계”
#골프장 캐디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상사의 거듭된 외모 지적에 출근 때마다 나날이 출근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상사인 B씨는 직원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A씨에게 ‘오늘은 화장이 잘 됐다’, ‘어제 뭐 먹고 잔 거냐, 오늘은 얼굴이 부었다’ 등 매번 외모 평가를 했다. 출퇴근 복장 지적도 당했다. B씨는 ‘A는 하체 비만이라 그런 옷은 안 어울린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하거나 회사 내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 걸리는 건 캐디가 특수형태고용직인이라는 점이었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도 직장 내 괴롭힘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A씨는 궁금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일 경우에만 적용된다.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괴롭힘 여부는 따질 수조차 없다. 일례로 지난해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관련 사건이 행정종결 처리됐다. 당시 고용노동부 지청은 ‘서로 대등한 계약 당사자의 지위로 사용자 측의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슷하게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해서도 고용부는 근로자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을 확인하기에 앞서 오씨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하겠다는 취지다.

 

캐디는 특수형태고용직으로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2014년 근로시간 규정 미비, 구체적 지휘·감독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캐디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그렇다면 A씨 역시 아무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사각지대에 있어도 사업주는 이들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2023년 5월에는 대법원은 A씨처럼 골프장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업주의 민사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사업주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괴롬힘으로 숨진 근로자의 유족에게 1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고인은 캐디들을 관리하는 상사인 이른바 ‘캡틴’으로부터 외모 비하 발언을 들었다. 상사는 단체 무전으로 망인에게 지시를 하면서 “뚱뚱해서 못 뛰는 거 아니잖아. 뛰어.”라고 했고, 고인은 “죄송합니다”라고만 대답해야 했다. 이후 고인의 유족이 지방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진정을 제기했다. 지방고용노동청은 캐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사건의 조사를 권고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체계를 구축하도록 시정 지시했다. 그 뒤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의 이런 판단을 이끌어냈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부터 노무를 받는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근로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최초로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내에 직장 내 괴롭힘법이 규정돼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함께 개정됐고, 이후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대상이 특수형태고용직을 포함하는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확대됐다.

 

문준혁 서울대 고용복지법센터 연구원은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판례 리뷰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특수형태근로고용직을 보호해야 할 사업주의 의무가 있는 판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사상 손해배상을 통한 직장 내 괴롭힘의 구제는 괴롭힘을 사후 구제하는 것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향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조항 등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입법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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