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청주시 흥덕구의 한 개 농장에 동물보호단체와 청주시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현장은 끔찍했다. 개들은 ‘뜬장’으로 불리는 비좁은 철망 케이지에 한 마리씩 갇혀 있었다. 개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뼈가 변형되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개 사체도 발견됐다.

9일 청주시에 따르면 이곳은 진돗개 믹스 품종을 사육한 뒤 고기를 판매하던 현장이었다. 농장주는 40년 넘게 개를 도축해왔다.
청주시는 불법 도축을 하던 농장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농장에 있던 68마리의 소유권을 넘겨받아 보호에 나섰다.
수가 많은 탓에 시 산하 반려동물보호센터에 모두 수용할 수 없어 일부는 농장에서 보호했다. 직원들은 교대로 농장을 찾아 먹이를 챙겨주며 정성껏 돌봤다.
이 과정에서 한 마리가 새끼 여러 마리를 낳았고, 이 중 몇 마리가 국내 입양되기도 했다.
고민도 있었다. 언제까지 시가 보호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입양되지 않으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

그러던 중 구조 소식을 접한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구조견들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농장에서 보호받던 개 51마리는 지난 8일 케이지에 탄 채 미국으로 향했다. 떠나기 전 종합백신, 광견병, 코로나19 등 예방접종은 모두 마쳤다.
이 단체 후원자이자 국내 개 농장에서 구조된 리트리버 ‘줄리엣’을 입양해 키우는 배우 다니엘 헤니도 이동 작업에 힘을 보탰다.
너무 어려 당장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강아지와 어미 개 등 17마리는 4개월 정도 더 보호한 뒤 올해 말 떠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국내는 소형견을 선호해 대형견 입양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며 “단체의 제안에 한시름 놨다”고 전했다.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괴물 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안동 개 사육장에서 구조된 개 7마리도 미국에서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3월 안동 산불로 한 개농장에서는 약 700마리의 개가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다가 대부분 죽고 7마리만 극적으로 탈출해 살아남았다.
산불로 인한 트라우마와 화상, 찰과상, 연기 흡입, 스트레스, 영양실조 등 부상 치료를 마친 뒤 미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미국에 본부를 둔 동물보호단체다. 전 세계에서 개 및 고양이 식용 거래와 공장식 축산, 모피 거래, 상업 포경, 불법 야생 동물 거래, 동물 실험 등 동물 학대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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