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청문회 개최·탄핵 거론에
천대엽 “용퇴 요구, 사법독립 침해”
일각선 “빠른 선고, 편향시비 초래”
법관회의서 ‘입장 표명’ 찬반 투표
“논란 지속되면 사법 시스템 약화”
前 변협회장 9명 “曺 청문회 반대”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고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정지’ 등의 내용으로 형사소송법 입법에 나서는 등 사법부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법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민주당이 사법부 독립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법원의 빠른 선고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무죄를 선고할 예정이라면 재판을 계속해도 된다’는 내용을 추가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사법 질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당초 예정됐던 15일에서 다음달 18일로 변경했다. 이 후보가 전날 서울고법에 선거기간 재판 출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일변경신청서를 내자 40여분 만에 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룬 것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탄핵, 청문회 등을 거론하며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입법으로 해소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사법부 독립이 훼손됐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두고 “대법원장이든, 대법관이든, 일선 법관이든 어떤 이유로도 판결을 갖고 신상의 용퇴 요구가 이뤄져서는 사법부 독립에 심대한 침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남준우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재판 진행, 결론의 유불리에 따라 법관에 대한 탄핵, 국정조사, 청문회 등을 언급하는 것 자체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썼다.
대법원의 이례적으로 빠른 선고를 문제삼는 내부 목소리도 나왔다. 김도균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코트넷에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해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했다”며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의장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는 이 같은 대법원의 상고심 절차 진행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지를 놓고 각급 법원 대표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의견수렴을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진행한다. 이와 함께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재판에 있어 정치적 중립과 적법절차 준수 의지 확인을 논의하기 위한 임시 회의’에 대한 개최를 요청할지를 묻는 찬반 투표도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독립 논란이 지속되면 사법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지난 7일 국회 법제사법위에서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정지’ 조항이 포함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다만, 피고 사건에 대하여 무죄, 면소, 형의 면제 또는 공소기각의 재판을 할 것이 명백한 때에는 그러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넣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법 체계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나가는 일이 시작된다면 판사들이 정치적인 문제를 판단할 때 자신의 신상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등 자기검열 효과가 생길 수 있다”며 “사법 소극주의로 나아가 사법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 학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떤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드는 일이 나와선 안 된다”며 “모든 원칙과 예외, 정상과 비정상이 혼재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현 변호사 등 전 대한변협 회장 9명은 이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등을 반대하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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