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3자결제’ 허용했지만, 되레 부담 커져
경실련, 3배 징벌적손배 ‘영업보복금지법’ 제안
“매출에서 인앱결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으로만 기본 50~55%가 빠집니다.”
“게임 개발비에 총 16억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어플 입점을 위한 평균 심사대기 시간이 길어져 사전에 집행한 마케팅비를 회수하지 못했어요. 1년간 회사도 서비스도 다 엉망이 됐죠.”

국내 중소 모바일 게임사들이 글로벌 빅테크(기술 대기업)인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정책과 과도한 수수료 부과로 인한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4~6% 수준으로 인하하고, 앱 마켓 사업자에게 3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국내 게임사 구글·애플 인앱결제 관련 피해사례 고발대회’를 개최하고, 중소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피해 사례를 공개했다.
게임사들은 구글과 애플의 과도한 인앱결제 수수료가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앱결제는 애플리케이션(앱) 유료 결제 시 앱 마켓 운영업체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구글이나 애플은 인앱결제 과정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이에 대응해 지난 2021년 국내에서는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후 구글, 애플 등은 국내 결제대행(PG)사 등 외부 결제 서비스 제공업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3자 결제를 허용했다.
하지만 제3자 결제 수수료는 인앱결제 수수료 30%와 별 차이가 없는 26%다. 여기에 PG사 수수료 5~10%를 추가하면 최종적으로 31~36%를 내야 한다. 인앱결제 수수료보다 되레 커지면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도한 수수료 탓에 실제 한 중견 게임 퍼블리싱업체인 A사는 지난 8년간 앱 마켓 수수료 부담이 매출의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인앱결제 매출에서 구글·애플로 빠져나간 비용만 전체의 70%에 달한다. 같은 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69.71%를 기록하며 심각한 적자에 시달렸다.

A사 관계자는 “매출이 발생해도 인앱결제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 등에만 기본 50~55%가 들어간다”며 “인건비, 서버비, 개발사 판관비, 라이선스 비용까지 포함하면은 전체 구조상 나가는 금액이 85%에 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앱 스토어의 심사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인 B사는 구글과 애플의 앱 등록 비용과 불투명한 심사 과정 및 지연·거절 등과 같은 절차로 마케팅에 손실을 봤다.
B사는 “앱에 게임을 올리고 서비스하기 위해선 구글, 애플이 필요한 부분이나 개선해야 할 문제들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그걸 반영해서 론칭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불투명한 소통이 계속 비일비재하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 자체에 다 사비가 들어가 현실적으로 기업을 꾸려나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캐주얼 게임 개발사인 C사도 “게임 개발비에 총 16억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어플 입점을 위한 평균 심사대기 시간이 길어져 사전에 집행한 마케팅비를 회수하지 못했다”면서 “1년간 회사도 서비스도 다 엉망이 됐다. 빅테크에 종속되는 상황을 어느 정도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해외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율 등 불공정 관행 시정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지난달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은 에픽게임즈와 애플 간 소송에서 애플의 앱 스토어 운영 방식이 반경쟁적이라며 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 30%와 제3자 결제 시 부과하는 중계 수수료 27%가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지역 내 애플의 인앱결제 방식의 독과점과 불공정 관행을 문제 삼아 전체 수수료를 최소 10%에서 최대 25%로 제한하는 시정조치를 내렸다.
국내 중소 게임사들과 경실련은 우리나라도 인앱결제 수수료율을 구글 내부 문서 등을 근거로 4~6% 수준으로 인하하고, 경쟁시장에서 최대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제3자 결제에 대한 앱 마켓 사업자의 방해, 차별, 보복 행위 등을 유형화해 법률상 명확히 금지하고, 앱 마켓 사업자에게 3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영업보복 금지법안’ 신설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한미 FTA의 법정손해배상제 등 국제통상 규정에 따라 미국 연방법원의 금지명령이 국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글로벌 수준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앱 마켓 사업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국내 중소 모바일 게임사에 불공정한 행위를 할 경우 3배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도록 해 국내 게임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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