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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장 “독립한 사법부가 의회·정부 월권 막아야”

입력 : 2025-05-08 16:29:46 수정 : 2025-05-08 16: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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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지지자들의 법원 판결 부정 꾸짖어
곧 취임 20주년 맞아… “은퇴 계획은 없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행정부가 법률이 아닌 대통령 행정명령 형태로 추진하는 각종 조치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트럼프 지지자들이 법원과 판사를 공격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날 고향인 뉴욕주(州) 일부를 관할하는 연방 지방법원인 뉴욕서부지법에서 법관 및 변호사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이는 1900년 5월 설립된 뉴욕서부지법이 출범 125주년을 맞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이 7일(현지시간) 뉴욕서부지법 개원 12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의회나 정부의 월권을 견제하기 위해 사법부의 독립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헌법을 기초한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이 서로 대등한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병존하는 삼권분립 체계를 고안한 것을 “헌법의 혁신”으로 규정하며 “만약 사법부가 독립적이지 않으면 그 같은 혁신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약 600명의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앞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트럼프 지지자들은 행정부의 조치를 뒤집는 판결을 내린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사의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상급 법원에 항소 또는 상고하면 된다”며 “탄핵은 판결에 불복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라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청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행정부와 사법부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올해 70세인 로버츠 대법원장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5년 9월 취임해 오는 9월이면 대법원 재직 20주년이 된다. 일각에선 공화당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그가 트럼프 임기 내에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트럼프에게 새 대법원장을 지명할 기회를 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로버츠 대법원장은 “은퇴할 계획이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미국에서 대법관을 비롯해 연방법원 판사는 종신직으로 스스로 물러나거나 의회 탄핵으로 파면되지 않는 한 사망할 때까지 재직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직후 대통령 행정명령의 형태로 온갖 조치를 단행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강제 추방이나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돕는 국제개발처(USAID) 조직 폐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 중 상당수가 하급심 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고 집행이 중단된 채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최근 연설에서 트럼프가 사법부에 제기한 위협을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에 비유했다. 방 안의 코끼리란 ‘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말을 꺼내는 경우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를 뜻한다. 비록 그는 트럼프라는 실명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는 트럼프를 시급히 끌어내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잭슨 대법관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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