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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RNA의 역사 외

입력 : 2025-05-10 06:00:00 수정 : 2025-05-08 20: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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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의 역사(토머스 R. 체크, 김아림 번역, 2만3000원)=1989년 이른바 ‘리보자임(ribozyme)’이라고 불리는 RNA의 촉매작용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분자생물학자 토머스 R. 체크의 신작이다. 저자는 책에서 RNA 진가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RNA가 유전자 편집과 mRNA 백신, 노화 연구 등 현대 생명공학의 전환점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 풍부한 사례와 실험 이야기로 전한다. 저자는 생명의 설계도로 추앙받던 DNA의 시대가 이미 지나가고 생명과학의 무대는 RNA가 주도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RNA가 단순한 유전정보 전달자가 아니라 생명 현상을 조율하고 혁신하는 주체라고 강조한다. DNA가 ‘무대 뒤 설계자’라면 RNA는 무대 위에서 활약하는 ‘지휘자’이자 ‘연주자’라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RNA는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고 리보솜과 결합해 단백질을 생산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의 작동원리’에도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어원 상식 사전(패트릭 푸트, 최수미 옮김, 크레타, 1만7800원)=옛날에 한 이탈리아 상인이 시장에서 항상 같은 벤치 위에 좌판을 벌였다. 그가 장사를 계속할 자금이 없어졌을 때 물건을 놓고 팔았던 테이블이 두 동강 났다. 이것이 부러진 벤치라는 뜻의 ‘반카로타(banca rotta)’였고, 이후에 영어로 ‘bankruptcy’가 됐다. 누군가 돈이 하나도 없을 때 “being broke(파산했다)”라고 말하는 것도 이 일화에서 나왔다. 책은 평범하게 쓰이는 일상 속 단어들의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를 담았다. 각국의 도시 명칭부터 음식과 장난감 이름까지 다양한 명사의 어원을 추적했다. 예컨대 영어 ‘저팬(Japan·일본)’은 원래 ‘해돋이’를 의미하는 중국어 ‘지푼’에서 왔다. ‘동방견문록’을 쓴 이탈리아인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들은 ‘지푼’을 ‘지팡구’라 기록했고, 이 명칭이 영국으로 흘러들어가 ‘저팬’으로 굳어졌다는 것.

나는 곧 세계(크리스토프 코흐, 박제윤 옮김, 아르테, 3만4000원)=미국의 앨런뇌과학연구소의 조사관이자 세계적 신경과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의식’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증거이자 본질이다. 인간의 의식은 디지털 컴퓨터가 아무리 정교하게 흉내 내도 구현할 수 없는 ‘독립된 실재’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AI)은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똑똑한 좀비’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인간의 뇌 구조를 디지털로 복제하는 ‘마인드 업로딩’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그것이 곧 ‘의식의 생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그문트 바우만 행복해질 권리(지그문트 바우만, 김수진 옮김, 21세기북스, 1만9900원)=폴란드 출신 세계적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지그문트 바우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책이다. 바우만이 노년에 쓴 이 책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하지만 정작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예리하게 분석한다. 사람들이 불만족의 늪에서 벗어나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개인의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를 통해서만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착각을 조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것을 소비하더라도 욕망은 완전히 충족될 수 없다. 마치 샤넬 백을 소유하고 나면 에르메스 백을 갖고 싶어 하는 것처럼,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욕망이 액체처럼 ‘유동하는’ 소비사회는 불확실성과 불안, 무기력을 확산시킨다. 바우만은 소비사회가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불안을 넘어 진정한 행복과 만족에 도달하기 위해 인생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어떤 행동은 나라를 바꾼다(김우호, 시공사, 1만8800원)=문재인정부의 마지막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저자가 위기의 공직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를 담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3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토대로 우리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계급 관료제와 관료주의가 지닌 경직성과 수동성이자 연공서열, 수직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이라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공정하고 수평적인 공직 문화의 확립과 공무원 연금 개혁, 공무원 정년 연장, 생산성과 성과 중심으로의 전환, 평가와 보상의 전면 개편 등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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