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법원의 제동으로 체코 신규원전 건설 공식 계약은 지연됐으나 체코 정부가 사전 승인은 내렸다. 법원 가처분이 취소되는 즉시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정부가 승인한 조치다.
체코 정부는 8일 “내각회의에서 신규원전 건설 계약을 체결 가능한 시점에 체결하는 것을 승인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여기서 체결 가능한 시점이란 법원이 가처분을 취소하는 시점을 뜻한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제기한 행정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두코바니 원전 5·6호 건설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한다며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주사인 엘렉트라 두코바니(EDU)Ⅱ 간 계약에 제동을 걸었다.

EDUⅡ와 모회사인 체코전력공사(CEZ)는 7일(현지시간) 현지에서 내외신 세미나를 열고 한수원과 최종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거듭 확인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역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원자력 에너지 협력 등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한수원의 제안은 모든 면에서 최고여서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며 “우리는 한수원과 계약 체결을 승인했다”고 말했다. 피알라 총리는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단 하루도 지연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했다.
계약 금액은 25조4000억원대로 전망된다. 즈비넥 스타뉴라 체코 재무부 장관은 “입찰을 통해 체코에 가장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한수원이 두코바니에 건설할 원전 단가는 2024년 가격 기준으로 약 2000억코루나로 전기요금이 메가와트시(㎿h)당 90유로 미만이라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 가격은 약 12조7000억원으로 2기를 건설하면 25조4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기준 가격으로 향후 계약이 체결될 시 건설시점의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해 추가 요인이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체코 정부는 법원에 항고할 방침도 분명히 했다. 스타뉴라 장관은 CEZ의 항고 계획을 언급하며 “법원이 신속한 결정을 내려 사업 지연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안 장관도 최종 계약 체결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데에 “잠깐 절차적 지연이며, 계약이 무산된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전날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양국 간 신뢰관계는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본계약까지 마무리할 수 있도록 체코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한수원 입찰서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에 한수원이 모든 면에서 압도했다고 생각하고 절차적 투명성에도 조금의 의심 없이 굉장히 조심했다”며 “체코 국민이 한수원의 원전 발전 설비가 얼마나 믿을 만하고 안전성, 경제성이 우월한지 확인하면 5년 뒤 테믈린 2기에도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체코는 두코바니 원전 2기 외에도 테믈린 지역에 원전을 2기 추가로 지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은 5년간 테믈린 3·4호 우선협상권이 있다.
양국은 원자력·첨단산업과 사회 인프라 분야에서 총 14건의 협약·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제조업 기반은 갖췄지만 첨단산업으로 도약이 필요한 체코와 글로벌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한 한국이 손잡고 체코 인프라 조성과 산학 협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안 장관은 “우리나라가 1980년대에 첨단산업으로 넘어온 것처럼, 현재 체코가 딱 그 단계”라며 “체코에 가장 중요한 전략 파트너가 한국이고 우리나라도 국내 시장은 작지만 글로벌 산업·생산 파트너를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반도체, 원자력 인재 양성 등에 좋은 협력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식 계약식에 참석하고자 정부 인사 외에 국회 대표단도 체코를 찾은 상황이다. 안 장관은 “(계약 연기에도 국회 대표단에) ‘반드시 오시라’고 했다”며 “국내 대선에도 초당적으로 지지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회가 ‘에너지 3법’을 통과시키고 여러 양해를 해준다”며 “에너지 정책은 몇 세대를 보고 가는 정책이라 일관성이 중요하고 국회가 현시점에서 절실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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