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삶은 훨씬 앞으로 나가 있어
정치가 거기에 못 따라가는 중”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기후시민’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 18세 이상 시민 4482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개개 기후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6개 질문에 모두 긍정적 답변을 한 집단을 ‘기후시민’이라 정의했다.
기후단체 ‘기후정치바람’은 7일 서울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후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4월7∼30일 온라인패널에 이메일·문자로 웹 설문 링크를 보내 진행했다. 기후정치바람은 녹색전환연구소·더가능연구소·로컬에너지랩이 소속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인간활동의 산물이다 ▲시급히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나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 텀블러, 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탄소배출감축을 위해 쓰레기양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다음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한국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 NDC는 지켜야 한다 등 총 6개 질문에 긍정적 답변을 한 비율이 50.9%로 집계됐다. 기후정치바람은 이들을 ‘기후시민’이라 정의했다.
이런 기후시민 비율은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남성 중에는 60대 남성(55.5%)에서만 전체 평균 이상 비중을 보였다. 기후시민 비중이 가장 낮은 성·연령 집단은 30대 남성으로 38.3%에 그쳤다. 이어 18∼29세 남성이 38.8%였다.
지역별로 보면 인천·대구·경북·전남·전북의 기후시민 비중이 전국 평균(50.9%)보다 높았다. 기후정치바람은 이들 지역 기후시민 비중이 높은 데 대해 정책과 산불 영향이 있을 것이라 추정했다. 이들은 “인천시민의 경우 10년 넘게 수도권매립지 종료 계획과 이를 둘러싼 갈등을 경험했고, 전남·전북 시민들은 햇빛, 해상풍력 발전 등 에너지 전환 경험을 축적해온 결과”라고 봤다. 대구·경북에 대해서는 “3월22일부터 30일까지 경북 의성에서 시작한 대형 산불이 발생했는데, 본 조사는 산불 직후 시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 문제에 있어 시민의 삶은 훨씬 앞으로 나아가 있는데 정치가 거기 못 따라가고 있다”며 “우리 정치는 기후 문제를 쟁점화해본 적이 없다. (기후인식조사의 의의는) 정책 의제를 먼저 준비해서 물어보고 시민들의 동의 여부를 물어보는 것이다. 정치가 앞으로 이 문제를 논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개개 기후 정책에 대한 설문결과도 이날 제시했다. 여기에 따르면 ‘향후 출범할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질문에 62.3%가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 정부가 기후대응 부서를 부총리급으로 둬야 한다’엔 57%가 동의가했다.
전력 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우선순위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58.8%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택했다. 이어 ‘원자력발전 확대’ 24.8%, ‘석탄발전 감축’ 10.1%순이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단 주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질문엔 54.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37.9%, ‘잘 모르겠다’ 7.4%였다. 찬성한다고 답한 이들에게 전기요금 인상 규모를 물었을 땐 53.5%가 ‘현재의 10% 정도’라 답했다.
기후대응 재원 마련 방안으로 탄소배출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단 주장에 대해선 찬성이 71.2%나 됐다. 반대는 19.3%에 그쳤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조사 결과 시민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산업·에너지·건물·수송 전반에 대한 정책 지지도가 높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시민들은 기후대응에 있어 정부와 공동체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다. 기후대응 없이는 재건이나 회복이 없다는 기조 아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