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하이엔드급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 선호 현상이 계속되면서, 중고 명품 거래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의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9643억원, 루이비통코리아는 5.9% 증가한 1조7484억원, 샤넬코리아는 8.0% 증가한 1조84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높은 가격대와 한정된 유통 구조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의 가치와 희소성에 대한 인식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수요를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향후 리셀 가치 등을 고려한 ‘가치 중심 소비’로 소비 패턴이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최근 잇따라 가격을 인상했다.
버킨백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이달부터 미국 시장 가격을 올렸다. 미국이 이달 초 부과한 10% 보편 관세의 여파를 완전히 상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루이비통은 지난달 15일 국내에서 판매하는 일부 가방 제품의 가격을 약 3% 올렸다. 업계에서는 샤넬 역시 이달 중 일부 제품을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해외 브랜드도 ‘N차 인상’에 합류했다. 주얼리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는 오는 14일부터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한다. 전 세계 까르띠에 제품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국내 판매 제품 가격도 함께 올릴 예정이다. 앞서 까르띠에는 지난 2월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카테고리 제품의 가격을 약 6% 인상한 바 있다. 당시 워치(시계) 품목 중 탱크 머스트는 스몰 사이즈가 469만원에서 499만원으로 약 6.4% 올랐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도 오는 8일 대표 제품인 ‘안디아모’ 백을 포함해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
반클리프 아펠은 지난달 25일 주얼리 및 워치 제품의 가격을 5~10%가량 인상했다. 올해 초 인상 후 4개월 만이다. 당시 주얼리 제품인 스위트 알함브라 이어링(오닉스)는 384만원에서 405만원으로 5% 올랐으며 빈티지 알함브라 이어링(마더오브펄)은 63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11%가 뛰었다.
합리적으로 명품을 소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중고 거래 앱을 통한 명품 거래는 갈수록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중고 명품 시장 및 패션 공유 플랫폼에 대한 관심과 구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8일 중고명품 전문 플랫폼 구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거래 중 하이엔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었다. 구구스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롤렉스, 까르띠에 등 하이엔드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직접 취급하며, 전국 26개 직영 매장과 자사몰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몰의 UI·UX를 전면 개편한 데 이어, 보고구매 등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모션을 확대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강화해 왔다.
지난 3월 기준 월 최대 거래액인 221억원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4년 결산 기준 유동비율 491% 유지하는 등 건전한 재무 구조를 보이고 있다. 구구스는 시계, 가방 등 분야별 전문가가 모든 입고 제품을 100% 검수한 후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췄으며, 최근 G마켓에 공식 입점해 온라인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최근엔 Z세대를 중심으로 패션 공유 플랫폼 ‘클로젯셰어’와 같은 명품 대여 서비스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샤넬, 구찌 등 인기 브랜드 제품을 월 구독 형태로 최대 60일간 이용할 수 있어,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가격 인상이 브랜드 가치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동일한 브랜드를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경험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고 명품은 신중한 소비를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하나의 합리적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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