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에 대한 유급·제적 처분을 확정했다. 정부와 대학의 호소에도 의대생 중 상당수는 결국 마감 시한까지 돌아오지 않아 집단 유급·제적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유급자 규모는 1만명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대생 유급·제적 처리 마감
8일 각 대학 등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는 전날 미복귀 의대생의 유급·제적 처분 현황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당초 대학에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유급 대상자 등을 확정하라고 공지했지만, 기준일까지도 복귀율이 미미하자 대학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명단 확정 시한도 7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각 대학은 의대생들에게 “7일까지 복귀 의사를 밝혀달라”며 ‘막판 설득’을 이어갔으나 별다른 복귀 움직임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가 지난달 중순 기준 추정한 의대생의 수업 참여율은 26% 수준인데, 7일 기준 수업 참여율은 여기서 약간 오른 30%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치대로라면 의대생 1만9700여명 중 70%인 1만여명이 유급 혹은 제적되는 것이다.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 중 대다수는 유급 처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는 제적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순천향대·을지대·인제대·건양대·차의과대(의학전문대학원)는 1개월 이상 무단결석 시 제적 처리된다는 학칙에 따라 수업 불참 의대생 1900여명에게 제적 예정 통보를 했다. 대상 학생은 ▲순천향대 606명 ▲인제대 557명 ▲을지대 299명 ▲건양대 264명 ▲차의과대 190명이다.
제적 예정 통보를 받은 의대생은 대부분 수업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만약 제적 예고에도 복귀하지 않은 학생이 있다면 제적자가 나올 수 있다. 교육부는 각 대학 현황을 취합한 뒤 9일 이후 전체 의대 유급·제적 현황을 공개한다는 방침이어서 아직 구체적인 제적 규모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제적자가 나올 경우 각 의대 학생회 대표들의 집단 자퇴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업 거부 투쟁을 이끄는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7일 학생대표 40명이 작성한 자퇴 원서를 첨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국가 허가 없이는 개인 휴학도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교육부는 40일째 제적을 하겠다며 협박한다. 교육의 본질마저 왜곡한 형태”라며 “의대협은 이런 압박에 노출돼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는 학생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협은 의대생에 대한 제적이 확정되면 학생 대표들의 자퇴 원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집단 제적이 현실화하고 강경파의 자퇴까지 이어질 경우 의대생과 정부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버티는 의대생들…정부 “구제 없다”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선 “다음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대학이 실제 유급·제적 처리는 하지 못할 것이라든가, 추후 차기 정부가 유급 처분을 구제해줄 것이란 기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교육부와 대학은 의대생들을 수차례 유급·제적 위기에서 구제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대학은 올해에는 더이상 구제 조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대학에 유급자 명단 등을 제출하라고 한 것도 유급 조치 등을 번복할 수 없게 하려는 것이어서, 7일 기준 제출된 유급·제적자에 대한 조치는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5일 “각 대학은 7일까지 유급과 제적 대상을 확정해 원칙대로 처리할 것”이라며 “확정된 유급 또는 제적은 철회되거나 취소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들이 수업 복귀 조건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려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의대생들에게 진 것’이란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교육부가 한발 물러섰던 것은 어떻게든 의대생들의 복귀 계기를 열어주려는 의도였다. 교육부가 수차례 준 기회를 의대생들이 스스로 걷어찬 것이어서 대학가는 물론 시민사회계에서도 의대생들을 더 봐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대학은 ‘마지막 시한’이 지난 만큼 수업 거부 의대생의 복귀보다는 수업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올해 수업에 복귀한 학생들을 보호하는 한편, 내년에는 1학년 수업 운영 시 수강신청 등에서 내년에 입학하는 26학번을 우선으로 할 수 있도록 학칙 개정에도 나선다. 내년엔 24·25학번 중 유급된 학생까지 3개 학번이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데, 이때 26학번을 우대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유급·제적으로 빈자리는 편입으로 메꿀 수도 있다. 교육부는 일부 의대의 건의를 수용해 유급·제적으로 인한 결원 발생 시 편입학으로 해당 인원을 100% 채울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르면 오는 10월쯤 개정해 내년부터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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