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선수라도 상관 없습니다. 3라운드까지 끌고가서 승부사의 기질을 보여드리겠습니다.”
UFC 페더급(65.8㎏ 이하) 파이터 이정영은 UFC 세 번째 경기를 앞두고 상대가 두 차례나 변경됐지만 자신감이 넘쳤다.
이정영은 7일 세계일보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좋기 때문에 제발 경기만 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며 “경기를 일단 치르게 돼 다행”이라고 웃었다. 이정영은 11일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 벨 센터에서 열리는 ‘UFC 315 : 무하마드 vs 델라 마달레나’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지만 정해진 상대가 계속 경기에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이 대회에서 이정영은 트레버 픽(미국)과 글러브를 맞댈 계획이었다. 하지만 픽이 지난달 18일 부상을 당하면서 개빈 터커(캐나다)로 상대가 변경됐다. 하지만 터커 역시 특별한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 채 출전을 포기하면서 이정영은 다니엘 산토스(브라질)와 싸우게 됐다.
산토스는 슈트박스 아카데미 지에구 리마 소속으로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찰스 올리베이라와 함께 훈련했다. 무에타이 기반의 타격가로 올리베이라처럼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UFC에서 2승1패를 기록 중인 산토스는 밴텀급(61.2㎏ 이하)에서 체급을 올렸다. 이정영은 “다이나믹한 선수지만 밑에 체급에서 올라오다보니 피지컬적인 부분에선 내가 유리하다”며 “나와 상성도 맞아 멋진 경기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작은 올리베이라 느낌이 있지만 특별히 주짓수나 레슬링이 위협적이지 않다”며 “모든 측면에서 내가 공격적으로 나가도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산토스는 종합격투기(MMA) 전적 12승2패(UFC 2승1패), 이정영은 11승2패(UFC 1승1패)를 기록 중이다.
이번 경기를 위해 이정영은 미국에 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시작했다. 이정영은 5주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팀 파이트레디에서 훈련하다 최근 캐나다로 장소를 옮겨 막바지 담금질에 돌입했다. 이정영은 “훈련 파트너나 환경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국 훈련은 좋았다”며 “처음엔 외롭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2주 정도 지나니 그런 건 사라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외국에서 지내면서 경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며 “그러다보니 더 단단해 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단계 성장한 이정영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 경기에서 이정영은 아쉽게 생에 첫 TKO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다. 이정영은 로드 투 UFC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초살 호랑이’라는 별명 함께 옥타곤에 입성했다. 첫 경기 블레이크 빌더(미국)을 판정승으로 잡아내며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아픔을 맛봤다. 이정영은 하이더 에밀(미국)과 맞대결을 펼쳤다. 이정영은 무패(11승) 파이터 에밀을 상대로 펀치를 맞으면서도 전진하며 난타전을 벌였지만 심판은 철창에 등을 대고 허공에 주먹을 뻗는 이정영을 더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결국 경기는 이렇게 중단됐고 에밀은 연승을 이어갔다.
뼈아픈 패배는 이정영에게 약이 됐다. 첫 패배에 대해 묻자 이정영은 “처음엔 충격을 많이 받았다”며 입을 뗐다. 이정영은 “너무 조급했고, 시동이 걸려벌린 상황이어서 세컨에서 주문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며 “그럴 때 일수록 한 템포 물러섰어야 했는데 다 제가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돌아봤다. 이정영이 상대와 3라운드까지 가보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정영은 “위기가 와도 이제 절대 성급하게 맞싸움을 붙는 게 아니라 안전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며 “이 패배가 좋은 경험이 돼 더 큰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이정영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 한계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디가 끝인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인 강자가 모인 UFC에서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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