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2009년 처음으로 수주한 해외 원전 사업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조원대 추가 공사비 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간 갈등이 끝내 국제 분쟁으로 비화했다.
7일 전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날 한전을 상대로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에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생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의 추가 공사 대금을 정산해달라는 중재신청을 했다. 한수원은 이와 관련한 별도의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로 했다.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로 구성됐으며 당시 수주 금액은 약 20조원이었다. 지난해 마지막 4호기까지 상업 운전에 들어간 뒤 프로젝트는 마무리됐다. 현재 주계약자인 한전과 시운전에 해당하는 운영지원용역(OSS)을 맡은 한수원 등 협력사 간 최종 정산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사 대금 정산을 놓고 양사 갈등은 2020년부터 지속돼왔다. 한수원은 발주사인 UAE와 사업 시행자인 한전 등의 귀책으로 인한 공기 지연, 일련의 추가 작업 지시 등을 근거로 10억달러 규모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정산을 요구하는 ‘클레임’을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제기했다. 이후 양사는 올해 5월6일을 유보 기한으로 정하고 양사 사장이 만나는 등 협상을 시도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수원은 자사가 한전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지만 양사가 독립법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서비스를 제공한 만큼, 한전이 UAE로부터 정산받는 것과 별도로 자사 서비스에 알맞은 비용을 정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한전은 이익을 공유하는 ‘팀코리아’ 차원에서 UAE로부터 추가로 들어간 공사비를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전과 한수원은 이미 국제 분쟁에 대비해 각각 로펌을 선임해둔 상태다. 한전은 로펌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예상 자문료를 약 1400만달러(약 200억원)로 제시하는 등 향후 법적 분쟁 해결 과정에서 양사가 각각 수백억원대 법무 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양사 갈등은 수주 때 미처 예상하지 못한 대규모 추가 건설 비용을 누가 떠안을지 책임을 나누지 못해 발생한 셈이다. 한수원으로서는 추가로 발생한 공사 대금을 한전으로부터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1조400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한수원은 이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면 향후 법적으로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편, 모기업인 한전은 발주처인 UAE 측에서 정산받지 못하면 1조4000억원대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재무제표상 한전의 ‘UAE 원전 사업 등’ 항목의 누적 수익률은 2023년 말 1.97%에서 지난해 말 0.32%로 뚝 떨어진 상태다. 이번 손실까지 재무제표에 반영될 경우 한전이 관리하는 바라카 원전의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분쟁 해결을 위해 런던국제중재재판소로 가는 것은 계약상 정해진 일이다. 한전과 한수원의 OSS 계약 사항에 분쟁 발생 시 런던국제중재재판소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OSS 계약이 영국법에 근거해 마련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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