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가 이야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산업재해 역학조사를 담당하는 곳의 관리 감독기관인 고용노동부 담당자는 역학조사 인력 채용이 어려운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로부터 “공단 입장이 나가면 곤란해진다”는 답을 받은 뒤였다. 상급 기관인 고용부에 답을 들으라는 취지에 연락했지만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고용부 담당자는 “채용은 공단 일”이라는 말로 시작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들이 4년간 공고를 낼 때마다 한 명도 지원하지 않은 문제의 원인을 말하기 주저했다. 상황 개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앞으로 계획이 뭐냐는 질문에도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다. 결국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30년간 일한 담당자한테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고용부는 느닷없이 두 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보내왔다. 자료에는 내부에서 파악한 인력난의 이유와 그간 국회 등을 대상으로 했던 노력이 포함됐다. 두루뭉술했던 담당자 설명과 달리 제도 개선 안은 꽤 구체적이었다. 취재 당시 그토록 듣고 싶었던 내용이기도 했다. 바뀐 태도는 전날 나간 기획 기사 서문 때문이었다. 서문에는 ‘인력난에 역학조사가 길어진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사화가 확정되자 문제의 배경과 향후 계획을 상세히 설명하고 나선 셈이다.
이 같은 업무 방식으로 누가 피해를 본 건 아니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의 대응이라면 그땐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다. 부처가 언론에 설명하고 싶을 때만 반응한다면 정책이 반쪽만 전달될 것이다. 정책 홍보의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왜곡된 사실이 기사에 담길 수도 있다. 그 피해는 국민과 부처에게도 돌아간다. 정책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국민과 언론에 전달하는 일까지 책임의식을 가지길 바라는 이유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