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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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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8 00:15:35 수정 : 2025-05-08 00: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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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발전은 당연한 것 아닌
경쟁자 간 협력으로 가능했던 일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용 그림’
캐나다 AI학자들이 ‘눈’ 찍은 셈

2025년 1월, 엔디비아의 젠슨 황 대표가 ‘쓸 만한 양자컴퓨터는 20년은 지나야 나올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하여 큰 화제가 되었다. 동년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는 10~30년 걸릴 것이라며 비슷한 논조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하였다. 이 소식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여 양자컴퓨터 관련 주식 가격이 크게 흔들렸다. 지난 1년간의 상승세도 놀라웠지만 하락의 속도도 놀랍다. 양자컴퓨터 개발이 순조로운 것인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다. 우리는 양자컴퓨터와 같은 신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중요한 것은 ‘인류는 발전한다’라는, 선언에 가까운 주장을 섣불리 과학기술에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가 제국과 봉건주의를 거쳐 민주정으로 흘러왔듯, 반도체가 인텔의 CPU에서 출발해 인공지능(AI) 반도체인 GPU를 거쳐 최종적으로 양자컴퓨터로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정인성 작가

현재 AI 반도체의 대명사로 알려진 GPU는 컴퓨터 역사 초기인 1970년도부터 개념이 존재했다. 과거에도 컴퓨터로 게임, 3D작업 등 그래픽 처리를 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이 있었는데, 당시 컴퓨터의 두뇌인 CPU는 구조상 그래픽 처리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래픽 처리 능력이 더 뛰어난 반도체를 제안했는데, 그것이 당시에는 VGA란 이름으로 불리던 GPU이다. 즉 GPU는 CPU를 대체하는 미래 반도체가 아닌, 같은 출발선에서 동시에 출발한 경쟁자이자 협력자였다.

GPU를 미래 반도체로 만들어 준 것은 캐나다의 AI 학자들이다. 2012년 캐나다 연구팀이 CPU기반 사물인식 프로그램을 뛰어넘는, GPU로 구동되는 AI 기반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게 된다. 구글은 캐나다 팀의 AI 이론이 사물인식을 넘어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행동을 모사하는 데 적용 가능한 범용 이론임을 파악했고, 구글의 지원을 얻은 AI와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이 과정에서 GPU의 포지션도 그래픽 처리장치에서 AI 반도체로 변화하게 된다. GPU 반도체 회사와 캐나다 연구팀은 처음부터 AI 개발을 목적으로 원팀으로 일한 것이 아니다. 캐나다 팀이 연구하던 이론이 우연히도 GPU와 궁합이 좋았던 것이다. 즉, GPU 회사의 노력만으로는 GPU가 미래 반도체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는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이다. 양자컴퓨터 회사 혼자서는 미래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현재 양자컴퓨터는 ‘암호 해독’만 수조 배 이상 빠르게 계산 가능한 컴퓨터이지, 기존 컴퓨터를 모든 면에서 하는 미래 컴퓨터가 아니다. 양자컴퓨터를 미래 컴퓨터로 바꿔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양자컴퓨터로만 수행 가능한 고부가가치 알고리즘을 탐색 중인 학계, 기업의 수많은 연구원이다. 당연하지만 이 연구원 본인들조차 자신의 양자 기반 이론이 성공할지 아닐지 100% 확신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특정 양자컴퓨터 기업을 100% 분석했더라도 해당 기업의 미래를 점치기 힘들며 관련 업계인들도 동일 기술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화룡점정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 양나라의 장승요 화백이 절에 눈 없는 용 그림을 그렸는데, 사람들이 이를 신기하게 여겨 어째서 눈을 그리지 않느냐고 물어봤다는 고사이다. 화백이 용의 눈을 그리자 그림이었던 용이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어찌 보면 수많은 혁신가와 연구원이 하는 일은 눈 없는 용 그림을 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 모두 용의 눈을 그려 줄 화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GPU를 그린 사람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었지만 GPU의 눈을 그려 하늘로 날려보낸 사람들은 캐나다 사람들이었다. 이는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양자컴퓨터 등 미래 기술을 공부할 때는 한 번쯤은 어떤 사람들이 이 미래 기술의 화룡점정을 할 사람들일지도 같이 고민해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일 것이다.

 

정인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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