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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FA 미계약, 그리고 은퇴’ 표승주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배구를 하고 싶어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 요청...협상 기간 내내 구체적인 금액 제시는 없었다” [표승주 인터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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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07 10:13:07 수정 : 2025-05-07 11:3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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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에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빅뉴스’는 으레 최대어 선수들의 이적 혹은 잔류가 되기 마련이다. 지난달 21일 막을 내린 프로배구 남자부의 가장 큰 뉴스는 최대어로 꼽힌 임성진의 KB손해보험 이적이었다. 한국전력 소속으로 ‘수원 프린스’로 불리던 임성진은 총액 8억5000만원(연봉 6억5000만원+옵션 2억원)의 조건을 받으며 ‘의정부 프린스’로 탈바꿈했다.

 

반면 이로부터 사흘 뒤인 지난달 24일 막을 내린 프로배구 여자부의 가장 큰 화제는 최대어 이다현의 흥국생명 이적이 아니었다. 어느 팀에 가도 능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다재다능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의 FA 미계약 소식이었다.

 

계약 완료 소식이 24일 전에 들려오지 않아 협상이 지지부진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긴 했다. 그래도 아직 1992년생으로 30대 초반으로 3~4년은 충분히 전성기 기량으로 뛸 수 있는 선수다. 팀의 필요에 따라 공격적인 역할에 방점을 찍는 토종 주포 역할도 해낼 수 있고, 2024~2025시즌 정관장에서처럼 수비와 리시브 등 궂은일도 도맡아 처리해낼 수 있다. 여자부 7개 구단 어디에나 필요한 하이브리드 유형의 아웃사이드 히터기에 원 소속팀 정관장 잔류 혹은 수도권 한 팀(흥국생명)으로의 이적이 24일 KOVO의 FA 시장 마감 공시에는 나올 줄 알았건만...

 

그 결말은 미계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미계약 엔딩’이었다. 그리고 표승주는 자신의 SNS를 통해 현역 은퇴를 공식화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던 선수가 FA라는 제도 틀에 의해 떠밀려 은퇴하게 된 셈이다.

 

스스로 은퇴 소식을 알린 다음날인 25일, 표승주는 남편과 미리 예정되어 있었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계획을 짤 때만 해도 ‘은퇴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는데...여행에서 마음의 응어리과 어깨의 부담을 다소 덜어낸 표승주를 지난 6일 용인 기흥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웃으며 카페에 들어선 표승주였지만, 다소 핼쑥해진 얼굴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었다.

 

표승주에겐 이번 FA가 네 번째였다. 사실 표승주는 IBK기업은행과 재계약을 맺은 지난 세 번째 FA가 자신의 마지막 3년이라고 생각하고 배구를 했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해내는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계약 첫 해였던 2022~2023시즌에 529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점을 넘어서며 큰 성장세를 보여줬다. 표승주는 “그 전까지만 해도 이번 3년만 하고 배구를 그만해야지 했는데, 지난 3년간 배구를 하면 할수록 늘어간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목표를 수정했다. 이번 FA 3년이 내게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해보자’라는 마음을 먹었다. 관두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런 표승주에게 지난 1~2년은 마음 고생의 연속이었다. 2023~2024시즌에 IBK기업은행에서 뛰면서 생겼던 여러 일들, 그리고 IBK기업은행이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이소영을 FA 영입하는 과정에서 보호선수에서 제외돼 보상선수로 정관장으로의 합류 등이 겹쳤다.

 

그럼에도 표승주는 운동화 끈을 조여 맸다. 메가와 부키리치라는 최고의 ‘쌍포’가 있는 상황에서 표승주는 수비와 리시브 등 궂은일에 매진하면서 팀 승리만을 위해 뛰었다. 자연히 개인 성적은 하락할 수밖에 없었다. 득점도 434점에서 277점으로 떨어졌고, 리시브 범위도 넓어지다 보니 리시브 효율도 35.16%에서 25.49%로 약 10% 가량 하락했다. 표승주는 “팀 승리를 위해선 제가 공격보다는 수비적인 역할을 더 해야한다는 상황을 100% 받아들이고 뛰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이겼으니 됐다’라는 마음이었지만, 갈수록 팀은 승리해도 마음은 불편했다. 내가 뭔가 팀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마음에,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FA 시장에 나온 표승주가 긴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배구를 할 수 있는 곳에서 뛰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점을 찍어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환경에서 뛰어보고 싶다’였고, 고희진 감독에게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요청하게 됐다.

 

표승주를 잔류시키고 싶었던 정관장은 표승주에게 ‘그럼 너를 원하는 팀을 구해와라’고 했지만, 선수 본인이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프로배구에서도 에이전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표승주는 “제가 다른 구단에 연락하거나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고 말했다.

 

FA 마감 시한은 다가오는데,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큰 진척이 없었다. 표승주 영입에 관심을 표한 흥국생명과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나 했지만, 정관장은 처음엔 구체적인 선수 제시도 하지 않았다가 2024~2025시즌 들어 흥국생명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선수를 요구했다. 사실상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표승주를 정말 잔류시키고자 했다면 정관장에서 구체적인 조건 등을 포함한 계약 제시가 있어야 했지만 없었다. 본 기자는 여러 루트로 취재한 결과 ‘표승주가 정관장으로부터 2024~2025시즌에 받은 연봉, 혹은 그보다 조금 더 얹어진 조건의 금액을 제시받았다’라고 배구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표승주에게 묻자 “협상 마지막 날까지도 금액 제시 등 구체적인 계약안 제시는 전혀 없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간 몇몇 선수들이 타구단의 오퍼를 흘리며 몸값을 올리는 사례를 보면서 평소 그리 탐탁치 않았던 표승주. 정관장에게 먼저 원하는 금액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제가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제시하는 이유가 ‘금액 때문에 저러나’라는 인상을 줄까 싶어 먼저 제시하지 않았다. 나에겐 이번 FA 협상에서 돈은 우선 대상이 아니었다. 정말 제가 필요했다면, 알아서 챙겨주는 것 아닐까. 나를 정말로 원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면서 “이미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얘기한 상황에서 다시 정관장에서 뛰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저는 미계약을 받아들이게 됐다”라고 자세한 내막을 들려줬다. 이렇게 표승주는 FA 미계약을 받아들이게 됐다.


용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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