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 공격에 대비해 20년 전 수립된 국가 비상계획을 개정 중이라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실제 전쟁이 벌어질 경우 군사력이나 본토 방어 능력에서 러시아보다 열세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보고 이 같은 대비 작업에 나섰다.

개정 작업에는 영국이 재래식 미사일이나 핵탄두 공격을 받는 시나리오가 포함될 예정이다.
아울러 총리와 내각이 전시에 정부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이들이 총리실 벙커나 런던 외곽으로 대피해야 할 시점은 언제인지 등도 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교통, 통신, 우편·사법 시스템 등 기반 인프라 시설의 대비책도 재정비된다. 전문가들은 가스 터미널, 해저 케이블, 원자력 발전소, 교통 허브 등 핵심 국가 인프라에 대한 공격에 영국이 취약하다고 경고해 왔다.
애초 전시 비상계획은 냉전 시절 핵전쟁 대비 매뉴얼을 담은 '워 북'(War Book)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워 북에는 전쟁 시 총리와 내각 주요 구성원, 왕실의 대피 계획이 수립돼 있다.
워 북에 따르면 전쟁 시 영국은 12개 구역으로 나뉘며, 각 구역은 내각 장관, 고위 군 장교, 경찰청장, 특수 권한을 가진 판사들이 통치하게 된다.
식량과 건축 자재 비축 및 배급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다. 공영 방송 BBC는 대국민 비상 지침 방송을 하고, 영국에서 가장 중요한 예술 작품들은 안전을 위해 런던에서 스코틀랜드로 옮겨진다.
이런 기본 비상계획에 더해 이번 개정판엔 처음으로 사이버 전쟁에 대한 대응 방안도 다루게 된다. 영국 정부는 국가 기반 인프라를 겨냥한 해킹이나 사이버 테러를 현실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비상계획 개정은 정부가 노동당의 국방 전략 검토 보고서 발표를 준비 중인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번 검토 보고서에 국내 안보 강화 방안을 담을 예정으로, 여기엔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강화하는 안이 포함될 수 있다.
앞서 국방 관계자들은 영국이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유사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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