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TK 간 金 동행해 설득
권성동 등 의총 후 金 자택 방문도
金측 “당이 예우 안 해… 허수아비
마감 직전 전대 개최 이유 밝혀라”
국힘, 대선 때마다 ‘용병’ 앞세우기
일각 “당내 권력투쟁 치중 탓” 진단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11일)을 닷새 앞두고, 국민의힘이 심각한 혼선에 빠졌다. 김문수 대선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면서다. 조속한 단일화를 강조하던 김 후보 측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바뀌자, 당 안팎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김 후보는 “이럴 거면 경선을 왜 3번이나 했느냐”면서 일정을 중단해버렸다. 일각에서는 보수정당의 정치철학이나 노선이 아닌, 당내 권력투쟁에 치중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 김 후보를 향해 다양한 방식으로 단일화를 압박했다. 김대식·엄태영 의원이 초·재선을 대표해 TK(대구·경북)를 방문 중인 김 후보를 따라 내려가 단일화를 설득했고, 일정을 같이한 이철우 경북도지사 등도 후보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후보 교체설까지 나왔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후보 자격을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했다. 김 후보 캠프에 있던 모 의원은 의원 단체 메시지방에 김 후보 측을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오후 2시 1차 의원총회에서는 김 후보를 설득해 조속한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가 대구로 내려가 김 후보와 회동을 가지려 했으나 김 후보가 거부하고 후보 일정을 중단한 채 서울로 상경해 만남은 무산됐다. 오후 8시 2차 의총을 연 국민의힘은 단일화 문제에 대해 재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는 못하고 7일 다시 의총을 열기로 했다.
당은 김 후보가 7일 의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의총이 끝난 후 권 원내대표와 김기현·박덕흠 의원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김 후보 자택을 찾았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김 후보는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김 후보 측은 당이 김 후보를 예우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재원 후보 비서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김 후보는 임명장 하나 주지 못하고 있다”며 “경선 기간 내내 ‘일회용 후보’다, ‘허수아비 후보’다 등 논란으로 굉장히 선거에 장애가 많았다”고 했다. 김 후보는 당이 후보 등록 마감일 직전 전당대회를 여는 이유를 밝혀 달라는 입장문을 공개 발송했다. 1차 의총에서 나경원 의원은 ‘후보 교체론’에 강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와 당의 갈등을 놓고 비판과 회한이 쏟아졌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김 후보 측 인식이 굉장히 자기중심적인데, 당 지도부도 정치력을 사전에 발휘했어야 했다”며 “물밑에서 서로 대화를 했었어야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면목이 없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번 혼선은 보수정당 내부 철학 부재와 정치인 육성 실패가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2017년 대선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려던 ‘추대론’부터, 선거마다 지지율 높은 외부 인사에 의존해온 당내 기류가 현재 사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는 2020년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탈당 한 후 자유통일당 등에 몸을 담았다가 최근 입당했고, 한 후보도 정당 경력이 없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정당이라고 하면 ‘정치적 결사체’인데 지금 국민의힘 정당 구성원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익의 결사체’ 같다”며 “당내에서 정치인을 키우기보다 줏대 없이 지지율에 춤추는 ‘용병’만 데리고 와서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현주 전 의원은 “지금 국민의힘은 공당으로서 정당성을 잃었다. ‘정치’를 하는 게 아니다”며 “이 당은 당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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