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소 설치와 대법관 증원 구상을 꺼내 들었다. 특별재판소는 헌법상 근거가 없는 법원 외 재판 조직이다. 판사가 아닌 인물도 재판관에 임명해, 정치적 사건을 정권 의도에 맞춰 재단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3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했다.

사법부 조직을 바꾸고 대법관 수를 늘려 불리한 판결을 없애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사법부를 권력에 복속시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나라들이 걸어온 경로와 닮았다. 2010년 헝가리, 2015년 폴란드는 모두 다수당이 사법부를 재편해 권력을 영구화하려 했다. 헝가리는 정년 축소로 대법관을 물갈이하고, 법무부 장관의 감독을 받는 별도 행정법원을 만들어 정치 사건을 관장하게 했다. 폴란드는 판사 선발권을 입법부로 옮기고 사법부를 길들였다. 두 나라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유럽사법재판소(CJEU)로부터 사법권 독립 침해라는 거센 비판과 제재를 받았지만, 이미 망가진 삼권분립 시스템은 복구되지 못했다. 권력 집중은 민주주의의 기초인 법치주의와 국제적 신뢰를 함께 붕괴시켰다.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사법부를 뒤트는 다수당의 힘은 늘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외관을 띤다. ‘미국 헌법의 아버지’ 제임스 매디슨은 입법부의 권력 확장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법부가 대중의 지지를 무기로 권력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모든 권력을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입법부의 독재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는 것이다. 미국의 삼권분립을 사실상 설계한 알렉산더 해밀턴도 사법부를 “가장 약한 권력”이라 부르며, 견제받지 않는 입법권이 법치의 최후 보루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겨냥한 탄핵소추와 청문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법치주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까지 존중할 때 비로소 지켜진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나라는 결국 법이 아닌 권력자의 의지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느 길에 서 있는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