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은행권 골드뱅킹 잔액이 처음으로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골드뱅킹 잔액은 1조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말(1조265억원) 대비 한 달 새 760억원 늘고,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6101억원)의 1.8배 수준이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예금액을 금의 무게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금값이 오르면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골드뱅킹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202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5000억∼6000억원대였다가 하반기부터 급증해 올해 3월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골드바 판매량도 계속 늘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골드바 판매액은 348억7200만원으로, 골드바 수급 문제로 여러 은행에서 판매를 중단했던 지난 3월(386억4000만원)과 비슷하지만, 1년 전인 지난해 4월(89억8300만원)의 3.9배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월별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해 5월 100억원대를 넘어선 뒤 100억∼200억대를 기록하다가 올해 2월 882억9300만원으로 폭증했다.
골드바 판매량이 급증하자 한국조폐공사 등이 수급 불안정을 이유로 판매를 일시 중단하면서 골드바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부터 한국금거래소의 1㎏ 상품 등이 일부 은행에서 판매 재개됐지만 여전히 제한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 투자가 인기를 끈 것은 미국발 관세전쟁 및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화 가치 하락, 금리 인하 기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친 데 따른 영향이다. 국내에선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정치불안이 지속되는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고점론도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금값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다.
UBS는 올해 말까지 금값이 35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이미 돌파한 상태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22일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35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 순금 한 돈 시세는 60만원을 훌쩍 넘어섰으며, 세금과 세공비 등을 포함한 한 돈짜리 돌반지 가격은 70만원대에 달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 선물 가격 전망치를 기존 온스당 3300달러에서 3700달러로 상향했고 내년 중반에는 40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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