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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안 다닐 시간”… ‘새벽 스쿨존 속도제한’ 헌재판단 받는다

입력 : 2025-05-06 20:29:16 수정 : 2025-05-06 20: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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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 12조1항 첫 회부

어린이보호구역 시속 30㎞ 제한
요일·휴일·시간 무관하게 적용
“과잉금지원칙 위반” 위헌성 제기
美·英 등 평일 등하교시간만 한정

최근 5년간 사고로 1922명 사상
횡단보도 일시정지 이행 8%뿐
논란 속 기본권 침해 여부 쟁점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사고 처벌이 강화된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6년째인 가운데, 스쿨존에서는 사고가 계속 잇따르며 가정의 달인 5월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가 거의 통행하지 않는 새벽 시간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차량 운행 속도를 시속 30㎞로 일괄 제한하는 현행법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 인근 스쿨존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정의 달 스쿨존 사고 가장 잦아

지난 2월 대구 달서구의 한 스쿨존에서는 40대 여성 운전자가 초등학생을 승용차로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운전자는 음주나 과속은 하지 않았지만 전방을 주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도로교통공단(공단)에 따르면 2019~2023년 스쿨존 내 어린이 보행사상자는 1922명으로 16명이 사망했고 1906명이 부상했다. 특히 가정의 달 5월에 234명의 사상자가 나와 스쿨존 사고가 가장 잦았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모든 운전자는 스쿨존 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 앞에서는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없이 일시정지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이 지난 3월 서울과 대전의 신호기가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2곳에서 보행자가 횡단 중이거나 대기 중인 상황에 일시정지를 한 차량을 집계한 결과, 구간을 지난 105대 중 9대(8.6%)만이 일시정지를 지켰다. 보행자가 없을 때 일시정지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공단은 체구가 작은 어린이의 경우 도로 주변 시설물에 가려져 운전자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고 어린이가 갑작스럽게 도로에 뛰어드는 경우에 운전자가 예측하기 쉽지 않아 일시 정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량이 시속 30㎞로 주행해도 제동거리(브레이크를 밟은 후 자동차가 멈출 때까지 거리)는 4m에 달해 접촉사고 가능성이 높다.

◆“美·濠, 평일 등하교 시간만 제한”

스쿨존에서 새벽 시간에도 속도를 제한하는 도로교통법 12조1항은 과잉금지의 원칙 등 헌법을 위반한다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헌재는 지난달 22일 도로교통법 12조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9인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살펴보고 있다. 도로교통법 12조1항은 ‘시장 등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도로 일부를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자동차 등의 통행속도를 시속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대부분 초등학교 인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설정돼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24시간 시속 30㎞ 제한이 적용된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법무법인 한중 채다은(변시 4회) 변호사는 예외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설정이 헌법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채 변호사는 1월17일 오전 4시41분 시속 48㎞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갔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그는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며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담당 판사에게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가 기각되자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의 통행도 드문 심야·새벽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의 운행속도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지 여부다.

채 변호사는 “미국·영국·호주는 원칙적으로 평일 등하교 시간에만 스쿨존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12조 1항이 헌재 정식 판단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2월 한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으나 청구 기간을 넘겨 사전심사 단계에서 각하됐다.


유경민·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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