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회사 업무로 속아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당한 지적장애인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6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형사6단독 정희철 부장판사는 사·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30대)씨에게 무죄를 내렸다.
A씨는 2023년 12월 초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은 피해자 B씨에게 현금 2800만원을 전달받아 보이스피싱 일당의 계좌로 송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그해 12월 7일 오후 1시쯤 대전의 한 길거리에서 B씨에게 1300만원을 받은 뒤 이틀 뒤 대전에서 또다시 B씨를 만나 현금 1500만원을 건네받다가 이를 수상히 본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결과 뇌전증과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온라인 구직 플랫폼에서 일반 회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일당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현금 수거 업무를 의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저리에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선 현금으로 먼저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꾐에 넘어가 거액의 현금을 준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고인에게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건네받는 이유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만나는 장소까지 지정해 준 점으로 미뤄 보통의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업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판시 이유를 밝혔다.
정 판사는 이어 “의사 소견을 참조했을 때 피고인은 저조한 지적 능력으로 적절한 판단이 어려워 상대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거나 이용당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성인이 된 후 별다른 사회생활을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피고인이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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