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보다 실익”… 변화 바라는 민심, 신중해진 MZ세대
“5년 전 5만원이다 하면, 지금은 똑같은 재료도 10만원은 나가. 야채도 허벌나게 비싸고….”
광주 송정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0)씨는 50년째 광주에 살고 있다고 했다. 취재진이 찾은 날 그는 손님이 없어 동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호남 경선이 열린 4월26일, 골목 상권 곳곳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전통시장인 양동시장과 송정시장은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간판이 없거나 불이 꺼진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목포수산종합시장도 비슷한 풍경을 보여줬다.

호남 유권자들은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양동시장에서 40년째 식당을 하는 오모씨(63)는 “점점 사람이 안 온다. 지난달보다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라며 “12·3 비상계엄 전후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70대 여성 A씨는 “5.18을 직접 경험한 우리 같은 엄마들은 계엄이란 말만 들어도 경악한다”면서도 “경제가 너무 힘들다고, 젊은 사람들이 사는 게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광주시민 한중석(52)씨도 “돌아다니다 보면 문 닫은 가게가 반이 넘는다”라고 말했다. 30년째 전북 전주 남부시장에서 옷가게를 운영해 온 박미정(54)씨는 “시장 내 대부분 가게가 오후 6시면 문을 닫을 정도로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목포종합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도 “최근 들어 경기가 워낙 어려운 데다가 작년보다 매출도 많이 줄면서 시장 상인들 분위기가 암울해졌다”고 거들었다.


시민들은 정치보다 민생을 우선시하는 후보를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송정역에서 만난 고모(49)씨는 “일 잘하는 사람이 먼저 아니겠나”라며 “정치하는 사람들 모두 비호감인데, 조금이라도 이득이 되는 후보라면 그 사람을 뽑아야겠다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구 충장로에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박모씨도 “먹사니즘 공약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광주의 대표적인 부촌, 남구 봉선동에서 만난 박모씨는 “이번엔 이념을 떠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목포수산시장에서 흑산홍어를 판매하는 김모(63)씨는 “파면 이후 다들 ‘잘됐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것 같다”며 “이제는 정권이 바뀌어 새로운 대통령이 나라를 안정시키고 경기도 호전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호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민주당 후보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았다. 김대중컨벤션센터 인근에서 부동산을 하는 류금용씨는 “기존에 민주당을 이끌던 사람들이 잘했으니 민주당 후보를 찍어준 것”이라며 국민의힘 한동훈 경선 후보를 가리켜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해 사법시험 합격하고 사회경험 하나도 없는 검사나 판사가 모든 걸 다 판단하는 격이다. 서민의 경험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MZ세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주 남부시장 인근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서윤선(20)씨는 “국민의힘 후보는 찍지 않겠지만, 이재명 후보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지 않는다. 언행 문제 등을 유튜브를 통해 접하고 고민이 깊어졌다”고 했다.

한 전주야시장 상인(37)은 이번 대선 투표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후보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 곳곳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불안하다”며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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